[부산/경남]경남의 가을 ‘新농법 결실의 계절’

  • 입력 2008년 10월 8일 07시 01분


‘생명환경농업, 지장(地藏)농법, 오리농법….’

기상여건이 좋아 벼농사가 유례없는 풍작이 예상되는 가운데 경남 고성과 김해 등지에서 시도된 새로운 방식의 농법이 결실을 맺고 있다. 쌀 소비량이 줄어드는 현실에서 안전한 먹을거리를 확보할 수 있는 이들 농법에 대한 관심이 높다. 그러나 “단기간의 결과만으로 새 농법을 확대하려는 시도는 경계해야 한다”는 견해도 적지 않다.

▽이학렬 고성군수의 생명환경농업=고성군은 15일 오전 11시 개천면 청광리 들녘에서 ‘생명환경농업 벼 첫 수확잔치’를 연다.

고성군내 16개 단지 160만 m²에는 올해 처음 도입한 생명환경농업으로 벼가 길러져 수확을 앞두고 있다. 생명환경농업은 밀식에 따른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 기존보다 벼를 드물게 심었다.

화학비료와 농약, 제초제 등을 쓰지 않고 토착미생물과 가축분뇨, 톱밥, 왕겨 등을 이용한 퇴비를 사용해 ‘땅심’을 높였다. 당귀, 계피, 감초 등을 발효시켜 만든 한방 영양제와 녹즙 등을 수시로 공급해 건강한 생육을 도왔다.

고성군은 이 쌀을 ‘공룡나라 생명환경 쌀’로 이름 지어 kg당 4000원을 받기로 했다. 또 생명환경농업을 적용하는 논 면적을 계속 늘려 2012년까지 7000만 m² 전체에 도입한다는 구상이다.

▽이재욱(67) 노키아티엠씨 명예회장의 지장농법=지장농법은 ‘모든 생명의 근원이 땅 속에 있다’는 철학에 따라 붙인 이름. 땅을 갈지 않고 씨앗을 뿌려 가꾸는 이문영 씨의 직파재배법인 ‘태평농업’을 한 단계 발전시킨 것.

이 회장은 5년 동안 마산에서 이 농법을 연구했고 올해 경남 고성군 거류면 송산리 손상재(42) 씨의 논 13만3000m²에 적용했다. 작황은 좋은 편.

이 농법은 초여름 보리와 밀을 수확하기 전 벼를 직파하고 보릿대는 그대로 남긴다. 가을에는 벼를 수확하기 전 보리나 밀을 심고 벼를 거둔 뒤 짚을 그대로 두어 잡초의 성장을 최대한 막으면서 땅심을 높인다. 잡초는 물을 넣었다 빼기를 반복해 방제한다. 제초제는 한 번 정도 친다.

이 회장은 “지장농법은 기존 방식에 비해 노동력은 20% 줄이면서 수확량은 80%까지 확보할 수 있어 농민에게 큰 이익이 돌아간다”고 말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오리농법=노 전 대통령은 올해 김해시 진영읍 봉하 들녘 8만1000m²에서 친환경 오리농법으로 벼를 재배했다. 이른바 ‘봉하 오리쌀’.

생산 예상량은 쌀 32t(도정 이전인 조곡 기준 50여 t). 영농법인인 ‘봉하마을’이 1kg씩 포장해 팔 계획이다. 18일부터 다음 달 초까지 주말마다 벼 베기와 메뚜기 잡기, 단감 따기, 연근 캐기 등의 체험행사도 개최한다.

내년에는 재배면적을 늘려 81만 m²에서 ‘봉하 오리쌀’을 길러 조곡 기준으로 500t을 생산할 계획. 내년 상반기 봉하마을에 미곡종합처리장(RPC)을 세워 봉하 오리쌀을 현지에서 도정해 품질을 향상시키고 쌀에 대한 신뢰를 높이기로 했다.

가공 과정이 보이도록 만든 ‘누드 RPC’에 친환경 쌀 체험관, 쌀 홍보관을 함께 만들어 쌀의 생육 및 가공과정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할 계획.

▽농업 연구기관의 판단=경남도농업기술원 관계자는 “땅을 갈지 않는 직파재배법은 오래전부터 연구가 이뤄졌다”며 “그러나 잡초성 벼인 앵미가 혼입돼 미질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는 데다 일괄출수, 일괄성숙이 되는 이앙재배에 비해 불편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는 기후가 벼 재배에 최적이었고 병해충도 거의 없어 친환경농법이 순조로웠다”며 “한 해 농사의 결과만으로 성급하게 재배면적을 늘려서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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