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카페]울산 여천 대산유화단지 기업들의 항변

  • 입력 2008년 10월 17일 03시 03분


얼마 전 충남 서산시 대산석유화학단지에 갔다가 깜짝 놀란 적이 있습니다.

시커먼 연기와 폐수(廢水)로 상징됐던 석유화학 공장 단지의 맑은 공기에 한 번 놀라고, 공장 한복판에 자리 잡은 맑은 생태호수에 한 번 더 놀랐지요. 호수의 물이 이 단지의 공장에서 나온 폐수를 처리한 물이라고 하더군요.

과거 석유화학산업단지가 주변 지역 주민들의 단골 민원 대상이었던 적이 있습니다. 환경오염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 때문이었지요. 실제 관리가 허술했던 과거에는 환경오염 사고가 종종 있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이 입주한 울산, 여천, 대산 등 석유화학단지는 오히려 이중삼중의 규제와 통제 장치로 이런 우려는 이미 오래전 얘기가 됐다는 게 기업들의 설명입니다. 한 석유화학 기업 임원은 “요즘은 보일러 하나도 마음대로 가동하기 어려울 정도”라고까지 하더군요.

요즘엔 일자리 창출, 지방세수(稅收) 증대, 지역경제 활성화 등으로 이들 유화산업단지는 해당 지역에서 ‘보물단지’ 대접을 받는 것 같습니다. 기업들도 지역을 위해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하고 있지요. SK그룹이 울산 시민들에게 1000억 원을 넘게 들여 만든 울산대공원을 기증한 것도 한 사례지요.

그런데도 눈에 ‘표(票)’밖에 보이지 않는 일부 정치인에겐 이런 모습들이 잘 보이지 않는 모양입니다. 각종 규제와 준조세 때문에 가뜩이나 기업 환경이 좋지 않다는 평가를 국내외에서 받고 있는 상황에서 또다시 기업을 옥죄는 ‘전봇대’를 세우려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일부 국회의원이 석유화학단지 입주 기업들에 주변 지역 지원을 명목으로 출연금을 내도록 하는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고 합니다.

얼핏 보기에 그럴듯해 보이지만 이 법안은 자칫 득보다는 실이 더 큰 ‘전봇대’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가뜩이나 위축된 기업의 투자 의지를 더 꺾는다면 결국 그로 인한 피해는 주변 지역민에게 돌아가지 않을까요.

최근 사석에서 한 석유화학 기업 임원은 “있는 규제와 준조세를 없애도 시원찮을 판에 새로운 준조세를 만들겠다는데 누가 국내에 투자하겠습니까”라고 하더군요.

조용우 산업부 기자 woo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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