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이재규]청년 무업자, 새 힘을 내라

  • 입력 2008년 10월 17일 03시 03분


우리 사회 100만 명의 젊은이가 무업자란다. 구직의 의욕도, 학업의 의욕도, 꿈도 잃어버린 15∼34세의 청년. 이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저린다. 가장 꿈이 많아야 할 나이에 꿈을 접고 있기 때문이다. 정말 힘든 것은 역경이 아니라, 꿈과 의욕의 상실이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꿈과 의욕을 찾아 줄 방법이 없을까? 따끔한 주사가 이들을 소생시킨다면 주사라도 놓아 주고 싶다.

사회·기성세대도 책임 있지만

무업자는 말한다. 좋은 일자리가 있다면 왜 취업하지 않겠느냐고. 공부해서 좋은 일자리가 생긴다면 왜 밤새워서라도 공부하지 않겠느냐고. 그렇다. 이런 관점에서는 일자리 창출과 취업률이 높은 교육의 기회를 만들어 주지 못한 기성세대에게 그 책임이 있다. 그러기에 정부가 최근 수립한 신성장동력 기획은 지식서비스업종에서 많은 일자리를 창출해야 함을 역설했다. 또 대학은 수요에 기반한 전문 교육을 하도록 더욱 혁신해야 할 것이다. 이런 노력은 포괄적으로 계속돼야 한다.

이런 노력보다 더 중요한 점은 젊은이의 마음가짐과 습관이다. 왜냐하면 마음가짐에 따라 같은 환경에서도 전혀 다른 결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죽음 같은 수용소 시절이 알렉산드르 솔제니친에게는 노벨 문학상의 소재가 되었고, 유통망이 없던 마이클 델에게는 통신판매의 기회가 되었다. 그냥 지나칠 가을 국화꽃이 서정주 시인에게는 누님 같은 기다림의 교훈이 되었다. 그러므로 마음이 아프더라도 근본적인 해결방안을 자신의 변화에서 찾아야 한다.

많은 실패의 경험이 새로운 시도를 할 의욕조차 꺾었다고 토로할 수도 있다. 정말 그 아픔을 품어 주고 싶다. 그러나 그냥 품어 주는 것은 진통제일지언정 치료제는 아니다. 현실을 직시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상대적 의미의 좋은 일자리란 아무리 경제가 성장하고 호경기가 되어도 항상 경쟁적이어서 모든 사람에게 만족감을 주는 일자리를 만든다는 것은 신기루를 찾는 일과 같다. 오히려 정당한 경쟁이면 결과를 받아들이는 마음의 자세를 갖는 것이 해결책이다. 정말 갖고 싶은 것을 갖지 못했어도, 자신이 선택한 길이 이 세상에서 가장 귀한 것이고 소중하게 간직될 보물임을 알아야 한다.

면접시험에서 가장 궁금하게 여겨 질문하는 것은 경력상 공백기의 이유이다. 질병이 원인이면 치료하면 그만이다. 창조적 재충전 기간이었다면 황금보다 귀하다. 그러나 마음가짐과 생활자세로 인한 공백기는 매우 우려한다. 책임 있는 학업이나 직무를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무업기간은 매우 위험하다. 나쁜 습관이 생길 수 있는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젊어 고생은 사서라도 하라는 교훈은 젊어서 익힌 좋은 습관이 평생 값진 재산이 된다는 뜻이다. 그 습관은 정말 여든까지 간다.

마음 바꾸면 세상이 달라보여

좋은 습관은 실천에서 나온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는 것보다 더욱 중요한 일은 다른 사람에게 유익한 일을 찾는 것이다. 이 정신이 수요 중심의 마케팅 원리이며 인생의 원리이다. 이런 자세에 두 가지 습관―시간에 맞추어 과제를 완수하는 습관, 필요한 내용을 제시간에 보고하는 습관―을 익힌다면 그 사람은 절대로 실업자가 될 수 없다. 그런 사람은 너무나 귀하게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습관을 익히는 데는 경쟁자가 없고 천재일 필요도 없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모든 사람은 정말 자신만의 귀한 능력이 있다. 그 능력이 꽃피려면 일과 훈련 속에서 연마해야 한다. 매일 경기를 하는 축구선수가 훌륭한 선수가 되는 것과 같다. 마치 페달을 밟지 않으면 넘어지고 마는 자전거와 같은 것이 인생이다.

세상이 바뀌어도 마음을 바꾸지 못하지만, 마음을 바꾸면 세상이 달라진다. 새 힘은 새 마음에서 나온다. 젊은이여. 새 꿈을 품어라. 새 힘을 내라. 무엇에서나 열심히 일하라. 그러면 좋은 일자리는 당신을 반드시 찾아온다.

이재규 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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