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이인철]교육감선거 대안 모색할 때

  • 입력 2008년 10월 17일 03시 03분


요즘 시도교육감들이 도마에 올라 있다. 조병인 경북교육감은 분규 사학재단으로부터 청탁성 뇌물을 받은 혐의로 검찰이 불구속 기소하자 8일 자진 사퇴했다. 오제직 충남교육감은 인사청탁성 뇌물수수와 일부 교직원에게 선거 개입을 지시한 혐의 등으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데다 검찰 소환을 앞둔 교장이 자살하는 사건이 벌어지자 13일 자진 사퇴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지지하는 주경복 후보에게 1.8%포인트의 표차로 가까스로 재선에 성공한 공정택 서울시교육감도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학원 관계자에게 8억여 원의 선거자금을 빌리고 교장과 급식업체로부터 후원금을 받았다는 의혹 때문이다. 전교조 간부들도 주경복 후보에게 3억 원이 넘는 선거비용을 빌려주고, 주 후보 캠프에서 직접 선거를 도왔다는 의혹 때문에 역시 검찰의 조사를 받고 있다.

일선에서 이명박 정부의 교육정책을 앞장서 이끌어 줘야 할 교육감들이 공석이 되거나 각종 의혹에 시달리면서 추진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어 청와대와 교육과학기술부도 난감할 수밖에 없다.

교육감은 1991년 이전에는 정부가 임명했으나 교육자치제 도입과 함께 교육위원회와 집행기관인 교육청으로 나뉘면서 간선제로 바뀌었다. 교육위원회에서 교육감을 뽑던 시기에는 교육위원들의 담합과 금품수수 등의 부조리가 벌어지면서 2000년 초중고교 학교운영위원 선거인단에 의한 간접선거로 전환했다. 이후 취임한 교육감 33명 중 6명이 선거비리로 중도 하차했다.

그러나 학운위 선출도 주민 대표성 논란 때문에 2006년 주민 직선으로 바뀌고 2010년부터는 시도지사 선거와 동시에 치러진다. 그때까지 2년 안팎의 임기만 남은 교육감 선거가 8개 시도에서 직선으로 치러졌다. 제주 충북 울산 경남교육감 선거는 대통령 선거 덕분에 60%대의 투표율을 기록했지만 서울 부산 충남 전북은 15.3∼17.2%에 불과했다. 투표율도 낮고 이런 선거에 수백억 원을 들여야 하느냐는 회의론이 많다.

이 때문에 교육감 선출제도를 바꾸자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과거와 같은 정부 임명제부터 시도지사 선거 때 교육감을 러닝메이트로 뽑자는 제안까지 다양하지만 정치권은 정치적 이해관계 때문인지 공론화에 미온적이다. 러닝메이트 제도는 시도지사와 교육책임자가 유기적으로 협력할 수 있는 장점이 있으나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훼손할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지방자치단체들은 교육예산을 지원하면서도 교육정책에 자신들의 의사를 반영하지 못하는 것에 강한 불만을 품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도 서울시장 시절 교원 인건비 지원을 거부하고 위헌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또 교육감 자격을 교육경력 5년 이상으로 제한해 교원만 출마할 수 있도록 한 것도 문제로 꼽힌다. 교육행정가나 최고경영자(CEO) 등 외부 전문가에게도 문호를 개방하자는 것이다. 그래야 교육경력은 3년밖에 안 되지만 미국 워싱턴의 공교육을 발칵 뒤집어 놓은 미셸 리 같은 교육감도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교원단체들은 ‘교육 전문성’을 내세워 반대하고 표를 의식한 정치권은 눈치만 살피고 있다. 제안마다 장단점은 있지만 최근 시도교육감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땅에 떨어진 만큼 교육감 선출방식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가 절실하다.

이인철 교육생활부장 in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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