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배극인]‘외톨이’ 한국경제, 정치권부터 반성을

  • 입력 2008년 10월 18일 02시 56분


세계 경제사에서 대공황에 비견되는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라는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아 선진 7개국(G7)이 동시에 금리를 인하하는 등 국제공조로 난관을 돌파하려는 노력이 가속화되고 있다.

특히 미국은 유럽연합(EU)과 영국, 스위스, 일본의 신용경색을 우려해 통화스와프 방식으로 달러를 무제한 공급하고 있다. 통화스와프는 상대국 화폐를 담보로 달러를 빌려주는 것이다.

미국은 앞서 지난달 29일에는 구제금융법안이 하원에서 한 차례 부결되자 유럽, 캐나다, 영국, 일본, 호주 등 9개국 중앙은행에 대한 달러 지원 한도를 즉각 갑절 이상으로 늘리기도 했다.

그러나 한국은 외톨이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국내에서 외화보유액 규모를 둘러싼 적정성 논란이 벌어지자 한국은행이 미래에 대한 ‘보험’ 차원에서 미국에 통화스와프를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최근 미국을 방문했던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미국이 한국을 포함한 신흥시장과의 공조를 외면하면 우리가 갖고 있는 미국 국채를 팔 수밖에 없다”는 취지의 협박성 호소까지 하고 돌아왔다.

“800억 달러 규모의 아시아공동기금 조성 시기를 앞당기자”는 한국 정부의 제안도 일본과 중국의 화끈한 반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이들 국가는 경상수지 흑자가 쌓이고 있는 데다 외환보유액도 세계 1, 2위를 다투고 있으니 현재로서는 아쉬울 게 없다.

한국의 목소리가 국제사회에서 ‘별다른 반향을 못 얻는’ 근본적인 이유는 한국 경제가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이긴 하지만 ‘세계의 공장’ 기능은 중국으로 넘긴 지 오래고, 그렇다고 뛰어난 기술력으로 세계 경제를 리드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일각에서는 다른 나라가 얼마든지 대체할 수 있는 ‘대체재 경제’라는 혹평도 나온다.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의 ‘샌드위치 위기론’도 같은 맥락이다.

결국 믿을 곳은 우리 자신뿐이다. 스스로의 힘을 키워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당장 국회와 정부부터 정신을 차려야 한다. 정기국회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과 각종 경제개혁 입법을 당파적 이해관계를 떠나 처리해야 한다. 쌀 소득보전 직불금 부정 수급, 공기업 방만 경영 등 도덕적 해이가 극에 달하고 있는 공공부문도 냉철한 자기성찰이 필요하다. 그런 후에 국민에게 “허리띠를 졸라매 달라”고 호소하는 게 도리다.

배극인 경제부 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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