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 업계에선 “정보통신부의 폐지 이후 SW 산업이 계속 찬밥 신세”라며 이 대통령의 발언을 민감하게 받아들인다. 공기업들이 정부의 예산 감축 지시에 정보화사업 예산을 가장 먼저 깎은 것이나 중견업체 지원 목적도 있던 행정안전부의 공공정보화 사업이 대폭 축소될 처지가 된 게 모두 연관이 있다고 본다. 정부든 기업이든 IT관련 투자를 줄이면 SW 정품(正品) 구입 예산도 줄어 불법 복제를 더 하게 된다. 정부가 SW 산업에 대한 관심을 줄이면 벤처캐피털도 외면한다. 이처럼 악순환의 발단이 정부에서 시작된 경우가 많다.
열흘 전 방한했던 사무용소프트웨어연합(BSA)글로벌 제프리 하디 부회장의 평가를 들어보면 ‘IT 강국 코리아’란 표현이 조심스럽기만 하다. 그는 “한국은 IT 인프라 개선이 경쟁국보다 더디며 정부가 불법 다운로드 단속 등 지적재산권 보호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영향력이 약하다”고 진단했다. BSA가 인텔리전스유닛(EIU)에 의뢰해 조사한 ‘2008 IT 경쟁력 지수’에서 한국은 조사대상 66개국 중 8위였다. 작년 3위에서 밀렸다. 현 정부가 SW를 홀대하는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이 정부가 선정한 차세대 성장동력에는 SW도 들어있기는 하지만 업계는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 달라”고 한다. 지식경제부가 지난달 내놓은 ‘뉴IT정책’도 SW 육성보다는 산업계가 한창 추진 중인 기존 산업과 IT의 융합을 지원하는 데 치우쳐 있다.
국내 1호 벤처기업가인 조현정 비트컴퓨터 회장은 수익을 따지지 않고 19년째 ‘비트교육센터’에서 IT 고급인력을 키워내고 있다. 조 회장은 “SW 업계 인력 부족이 여전히 심각하다”고 전했다. 이런 IT인력 양성이야말로 정부가 주도적으로 해야 할 일이다. 인재와 아이디어만 있으면 세계 반도체 시장의 3배인 7200억 달러(약 940조 원)의 세계 IT 시장에서 마음껏 뛸 수 있다. 세계 최대 SW 업체인 마이크로소프트(MS)도 33년밖에 안됐다. 따라잡기가 제조업에 비해 수월하다.
그렇지만 현실을 보면 IT 벤처 창업은 매년 20%씩 줄고 있고 업계는 내년 부도태풍을 걱정한다. 1세대를 이을 후배 스타도 배출하지 못한다. 조 회장은 1999년 100억 원을 IT, 바이오, 부동산에 투자했다. 부동산은 서울 왕십리 민자역사인 ‘비트플라자’로 피어나 1, 2년 후엔 비트컴퓨터의 연구개발(R&D) 투자비를 공급할 수 있게 됐고 바이오도 약간 살아남았지만 IT쪽 투자는 거의 남은 게 없다고 한다.
이제 IT 업계는 IT를 계속하기 위해서라도 부업이든 외도(外道)든 해야 할 판이다. 실제로 서지현 버추얼텍 사장은 인터넷 경매회사와 제지회사를 인수했고 30년 IT 사업가인 김영수 케드콤 회장은 지난주 에너지사업 진출을 선언했다.
미국 실리콘밸리도 금융위기에 휩싸여 감원 등 구조조정에 나섰다. 취약한 국내 SW 업계가 부실한 지적재산권 보호, 정부 지원 감소, 경기침체의 삼각 파고를 견뎌낼 수 있을까.
홍권희 논설위원 koni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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