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지역축제가 2만5000개, 일본이 1만 개인 점에 비춰 보면 우리의 축제 수가 그리 많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내용이 엇비슷한 ‘판박이 축제’라는 점 때문에 부정적인 여론이 높다. 어느 축제나 노래자랑과 연예인 초청, 민속놀이 등 고만고만한 행사로 채워지고, 행사장과 장터에서 판매하는 기념품들도 비슷비슷하다. 실망한 관광객들의 발길이 차츰 줄 수밖에 없어 적자를 보게 되고 이를 지자체 예산으로 메워주는 악순환이 되풀이된다.
▷외국의 지역 축제는 주민 손으로 오랜 기간을 거쳐 자생적으로 발전해 왔지만 우리는 지방자치제 도입 이후 관(官) 주도로 급조된 느낌이다. 자치단체장들이 차기 선거를 의식해서 최대한 규모를 키우려 하고, 이웃 도시에서 축제를 하니까 우리도 해야 한다는 경쟁심리까지 작용해 ‘부실 축제’가 양산되고 있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축제는 지역과 주민의 화합을 위한 것이었다. 축제의 기본으로 돌아갈 필요가 있다. 다른 곳에 없는 장점을 살리고 독특한 문화를 육성하는 쪽에 무게중심을 두어야 한다.
▷‘아비뇽 연극제’와 ‘옥토버페스트’는 연극과 맥주라는 한 가지 주제에 집중해 성공을 거뒀다. 유명한 삿포로의 눈 축제와 리우 카니발도 눈과 춤으로 명성을 얻었다. 우리도 규모에만 집착할 게 아니라 작더라도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을 ‘콘텐츠가 있는 축제’를 키워 나가야 한다. 한국은 세계 관광업계에서 “관광자원이 빈약해 볼 것이 별로 없다”는 얘기를 듣는다고 한다. 그런 말이 더는 안 나오도록 지자체들이라도 세계에 자랑할 수 있는 축제를 내놓았으면 한다.
홍찬식 논설위원 chansi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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