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광장/유병규]勞財政 협력해야 산다

  • 입력 2008년 10월 24일 02시 56분


세계 경제를 뒤엎으려는 광풍이 동과 서에서 잇달아 몰아치고 있다. 한 세기에 한 번 정도 온다는 회오리바람이다. 먼저 지구촌을 공포에 떨게 한 것은 세계의 공장인 동양의 경제대국 중국에서 유발된 고유가 충격이었다. 녹색 경제로 겨우 피할 길을 찾는 듯싶던 세계 경제는 이전보다 몇십 배 강한 돌풍에 넋을 잃고 있다. 온 세상의 자금줄이던 서양 자본주의의 종주국 미국이 한동안 회복하기 힘들 정도의 부도 사태에 빠졌다. 고유가와 금융 대란의 파장은 세계 각국의 줄도산을 몰고 올 태세다. 갈수록 거센 태풍과 비바람이 몰아칠 것이라는 예고에 모든 나라는 이를 막기 위한 방파제 쌓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국 경제는 폭풍우가 몰아치는 망망대해에 떠 있는 한 척의 작은 나룻배와 같다. 국내총생산 규모가 세계 13위이지만 전 세계의 2% 미만이고 외환거래액은 1%도 안 된다. 경제의 무역의존도는 매우 높아 세계 여건 변화에 너무 민감하다. 주가와 환율이 다른 나라보다 훨씬 크게 급등락하는 것은 이런 연유다. 밀어닥칠 사나운 파도를 막아낼 준비를 어느 나라보다 철저히 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를 위한 최선의 방책은 ‘공동체적 대응체제’를 갖추는 일이다. 정부, 금융, 기업, 근로자가 제 살길만 찾아 나서면 일엽편주 한국호는 갈 길을 잃고 오히려 더 큰 피해를 보게 된다. 다시 모든 힘을 모아 한국호의 엔진을 점검하고 연료를 모으고 선상에 밀려올 사나운 바람과 바닷물을 막을 준비를 해야 한다.

정부, 희망의 메시지 확산시켜야

우선 심리전에서 이겨 신뢰의 위기를 막아야 한다. 세계 경제가 무너질 것 같은 암담한 현실 속에서 독버섯처럼 무성해지는 것은 근거 없는 악성 소문이다. 한국 경제의 신용도가 낮아진다거나 국내 은행이나 기업이 재무적으로 취약하다는 낭설이 벌써 국내 시장을 얼어붙게 하고 있다. 외환위기 때 살 수 있는 기업까지 괴담으로 인해 도산으로 몰고 간 과오를 결코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헛소문의 출처를 철저히 파악하고 이를 차단하여 한국호 내의 심리적인 동요를 막아야 한다. 언론의 역할이 막중하다. 신문과 방송은 확실한 근거를 지닌 정확한 진실 보도에 충실해야 하고 파장과 대책까지도 고려하는 공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

정부는 위기 극복과 희망의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시장은 합리적인 판단과 완전하고 투명한 정보를 전제로 한다.

지금은 극도의 불안 심리와 이를 이용하는 투기 자본과 허위 정보로 시장 기능이 일부 마비된 상태다. 시장 제일주의국인 미국이 정부 기능을 최대한 확장하는 모습은 지금의 사태가 얼마나 위급한 상황인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요즈음 정부가 유동성 확보 등을 위한 대책을 발 빠르게 내놓고 있어 무척 다행스럽다.

앞으로는 세계 경기가 기나긴 혹한기에 빠져들 가능성에 대비하여 내수 경기를 최대한 살릴 수 있는 다양한 대책을 좀 더 적극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이와 함께 경제 상황의 정확한 진단을 토대로 희망의 메시지를 확산시켜 시장의 불안을 불식해야 한다. 정부 못지않게 지금의 위기 상황을 극복하는 중추적 역할을 해야 할 부문이 금융권이다. 사적 영역으로 급성장한 금융권에 국가 이익만 우선하라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금융의 지속 발전을 위해서도 기업들을 최대한 살리는 ‘비올 때 필요한 우산’ 역할을 금융이 담당해 줘야 한다.

고용안정- 생산성 향상에 최선을

드높은 파고를 뚫고 나갈 선봉장은 역시 기업이다. 외환위기를 빠르게 극복했던 비결은 기업이 수출 확대를 통해 외화를 끌어 모은 데 있다. 수출 수요가 줄어들지만 더 나은 가격과 품질로 수출 경기를 유지해야 한다. 고용 안정과 확대도 기업의 몫이다. 이를 위해선 근로자의 협력이 절대적이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생산성을 올리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여유 계층의 건전한 투자와 소비 증대는 애국의 길이다.

세심하게 신경을 써야 할 또 다른 분야는 한반도 정세 관리다. 세계적인 경제 위기에 휩싸이는 상황에서 남북 긴장마저 고조된다면 한국 경제의 어려움은 배가된다. 특히 여야가 온힘을 합쳐 호랑이처럼 눈을 부릅뜨고 소처럼 흔들림 없이(虎視牛步·호시우보) 밀어닥치는 풍파와 싸워 나가야 한국호에 승선한 모든 이가 생존할 수 있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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