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미술학과 정교수로 임용된 앤드리아 피어슨(미국·여) 씨가 “한국 생활에 적응하기 힘들다”며 강의를 맡은 지 한 달여 만인 9월 불쑥 귀국해버리는 등 외국에 정착하지 못하는 사례가 생긴 탓이다.
급기야 서울대 교무처는 최근 외국인 교수들과 간담회를 열어 이들의 고충을 들었다. 간담회에서 외국인 교수들은 △자녀 학교문제 △언어문제 △각종 행정업무에 대한 어려움 △배우자 취업지원 등을 주요 애로사항으로 꼽았다고 한다.
이에 따라 서울대는 이르면 올해 안에 ‘외국인 교수지원센터’를 신설하고 주거, 교육, 행정 등 한국에 정착하는 과정 전반에 걸쳐 다양한 지원을 해주기로 했다. 이 센터에는 기존 교직원을 활용하기보다 영어실력이 뛰어난 통·번역 직원을 외부에서 채용할 계획이다.
가족 없이 ‘싱글’로 한국에 온 외국인 교수들을 위해서는 ‘커뮤니티’를 마련했다. 지난달 30일 대외협력본부 2층에 ‘외국인 교수 사랑방’을 연 것. 이곳은 외국인 교수들이 차를 마시면서 자유롭게 담소를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꾸며졌다.
나아가 신임 교수는 통상 첫 학기에 조교를 받기 어렵지만, 외국인 교수에게는 영어에 능통한 조교를 첫 학기부터 배정해주기로 했다. 현재 서울대 전체 외국인 전임교수 21명 중 3명이 조교를 아직 배정받지 못했다.
외국인 교수의 정착 문제는 서울대만의 문제가 아니다. 외국인 전임교수가 각각 80여 명에 이르는 고려대 연세대 역시 체계적인 외국인 교수 지원책이 없는 실정이다.
고려대 남기춘 교무처장은 “외국인 교수 지원을 위한 시스템이 부실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들에게 예산을 더 많이 배정하면 국내 교수들의 반발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미 뽑은 외국인 교수에 대한 지원은 영입 못지않게 중요하다. 애써 큰돈을 들여 데려온 외국인 교수가 적응에 실패해 본국에 돌아가면 학교로서는 낭패일 수밖에 없다.
정부가 세계 석학 영입 등을 위해 WCU(세계적 수준의 연구중심대학) 프로젝트에 8250억 원의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는 것은 대학의 국제 인적교류가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외국인 교수 영입에 소중한 혈세가 투입되는 만큼 대학들도 이들의 정착 지원에 소홀해선 안 될 것이다.
김상운 사회부 su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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