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윤종용]대-중소기업 협력망 강화하자

  • 입력 2008년 11월 1일 02시 58분


세계 금융위기의 공포가 실물경제로 옮아가고 있다. 우리의 주력 수출시장인 미국 중국 유럽연합(EU)의 경기지표가 동반 추락하면서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경기 침체 우려도 가시화하고 있다. 경기선행지수와 동행지수는 올해 2월부터 7개월 동안 연속적으로 동반 하락했다.

中企성장 없이 대기업 성공 없어

전문가들도 우리나라가 내수 침체에 따른 수요 둔화로 서비스업과 건설업 등 경기에 민감한 산업이 타격을 보면서 기업의 투자심리가 위축되는 현상을 주시하고 있다. 기업의 경영 여건 악화로 일자리 창출이 더욱 어려워지고, 이에 따라 소비자의 소비심리가 더욱 위축되는 경기침체기 악순환의 전형적 패턴을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상황이 우리 경제에 유례없는 위협이 되고 있는 점은 사실이지만, 이럴 때일수록 전략적 사고가 필요하다. 단순히 생존하는 데에 생각이 머물러서는 미래가 없다. 발상의 전환과 창의적이고 과감한 투자를 통해 새로운 기회를 열어야 한다.

위기에 직면한 우리 기업은 어떻게 활로를 찾아야 할까.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상생협력은 우리 경제가 위기를 극복하고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는 유력한 대안이다. 세계 경제가 개별 기업 간의 경쟁에서 기업 네트워크 간 경쟁으로 싸움의 무대를 옮겨가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기업 납품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여건상 상생협력을 통한 네트워크의 필요성은 절대적이라 하겠다.

우리나라는 40년이라는 단기간에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루었고, 글로벌시장에서 경쟁하는 대기업도 여럿 가지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압축성장의 그늘로 인해 세계적인 중소기업은 아직도 손에 꼽기 어려울 정도다. 중소기업의 성장 없이 대기업의 성공도 기대하기 어려운 만큼,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중소기업의 육성을 위한 범국가적 차원의 체계적 지원이 있어야 한다. 이는 지식경제부가 최근 조사한 상호협력의 필요성에 대해 대기업의 98%, 중소기업의 94%가 필요하다고 응답한 사실을 보아도 잘 알 수 있다.

2004년 12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경쟁력 제고와 양극화 해소를 통한 동반 성장을 목적으로 정부와 산업계가 출범시킨 ‘대·중소기업협력재단’은 신뢰관계 구축, 협력업체 역량 강화, 협력 인프라 구축의 측면에서 점차 가시적인 성과를 보이고 있다. 중소기업 기술력 제고를 위한 ‘구매조건부 신제품 개발지원’ 사업에 총 61개 대기업이 참여하고, 114개의 기술개발을 이루어 내 약 272억 원의 구매실적을 냈다.

또한 중소기업 판로 확대와 해외시장 동반 진출에 적극 나서 7개 대기업이 66개 협력회사를 해외에 알선하고 약 25억 원의 계약을 체결하는 성과도 있었다. 상생협력 전담조직을 둔 대기업도 2005년 4개 그룹에서 2007년 19개 그룹으로 늘어나게 되었고, 현금결제 비중도 90%대로 높아졌다.

2, 3차 협력업체로 폭 넓혀야

이렇게 상생협력 기반이 많이 개선되었다고는 하지만, 보편적인 기업문화로 정착되기까지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 먼저 1차 협력사에 국한된 상생협력의 측면을 개선하여 2, 3차 협력업체로 폭을 넓혀야 한다. 또한 기술과 인력의 지원을 통해 중소기업이 스스로 자생력을 가질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이미 실행 중인 기술자료 임치제도를 통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상호신뢰에 기반한 상생분위기를 조성하는 데도 더 노력해야 한다.

국가 경제 발전에 큰 도움이 되는 세계적인 중소기업이 많아지기 위해서는 중소기업의 기를 살리는 일이 중요하다. 정부는 중소기업에 더욱 과감하고 실질적인 지원을 해주어야 할 것이다. 더불어 중소기업은 스스로 장인정신, 도전정신, 창조적 리더십을 가질 때에만 미래가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경제 살리기가 화두인 이 시대에 경제를 살리려면 기업이 살아야 하고, 기업이 살기 위해선 핵심기술을 바탕으로 끊임없는 혁신이 이뤄져야 함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아야 한다.

윤종용 대·중소기업협력재단 이사장 삼성전자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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