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김유영]시간도 내용도 미흡한 청소년 경제교육

  • 입력 2008년 11월 3일 03시 01분


전국경제인연합회는 2일 ‘경제 인식 제고(提高)를 위한 학교 경제교육 개선 방안’이라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이 보고서는 한국의 교육현장에서 시장경제에 대한 교육이 양적, 질적으로 얼마나 미흡한 수준인지를 보여 준다.

현재 중학교 1학년부터 고등학교 1학년까지 경제를 배울 수 있는 사회과 영역의 수업시간 비중은 31시간으로 전체 수업시간의 0.7%에 불과하다. 사회과 교사의 50.6%는 학부 때 이수한 경제학 관련 강좌 수가 ‘0과목’(10.7%) 또는 ‘1, 2과목’(39.9%)이었다. 이 보고서는 경제교육 관련 수업의 비중 및 과목을 늘리고, 젊은 세대가 단체생활을 하는 군복무 기간에 기본적 경제교육을 실시할 것을 제안했다.

현행 교과서 내용에도 문제가 적지 않았다. 한국 경제의 바탕인 시장경제를 평가절하하거나 주관적 평가와 가치관에 기초한 사고(思考) 형성을 조장하는 부분도 있다. ‘경제 안정 면에서는 계획경제가 시장경제보다 우위라고 한다’ ‘공급자는 언제라도 많은 이윤을 노리고, 같은 물건을 팔다 보면 서로 싸움하더라’는 등의 내용이 등장한다.

전경련 관계자는 그동안 경제교육과 관련해 △정부의 시장 개입 타당성 △기업의 사회적 책임 △분배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좌파 경제학’의 영향이 컸다며 이렇게 말했다. “좌파 편향의 교육은 반(反)기업 반시장 정서를 부추겨 성장 잠재력을 갉아먹습니다. 시장경제를 서술할 때에는 시장은 불완전하고 실패도 발생할 수 있지만 성장과 부(富), 자원배분 문제를 더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식으로 서술하는 것이 제대로 된 방향이죠.”

세계 각국은 청소년들에게 제대로 된 시장경제 교육을 가르치는 데 적극적이다.

미국에서 잘나가는 고등학교 경제 교과서인 ‘우리 시대의 경제학’이라는 책은 두께만 5cm로 대학 교재 못지않다. 내용도 생활 주변의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설명해 학생들의 흥미를 이끌어낸다.

한국보다 자본주의 경험이 훨씬 짧은 중국도 경제 교과서에서 창업가 정신을 가르친다. 일본 정부는 경제 교사 재교육이 시급하다는 판단에 따라 교원 민간 기업 연수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청소년들의 경제관은 본인은 물론 국가적으로도 중요하다. 이들이 어떤 생각을 갖느냐에 따라 한국의 미래가 상당한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그동안 잘못된 이념의 영향을 적지 않게 받았던 우리 아이들에게 시장경제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정부와 교육계, 경제계, 언론계 등 각계가 함께 노력해야 할 때다.

김유영 산업부 ab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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