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최막중]수도권 풀고, 지방은 지원을

  • 입력 2008년 11월 3일 03시 01분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가 10월 30일 발표한 국토이용 효율화 방안은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우리나라 국토관리 철학의 변화를 선언하고 있다. 하나는 국토관리체계를 통합 간소화하여 유연하게 만드는 내용이고, 다른 하나는 수도권 토지이용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이다.

공장 규제하면 지방 아닌 해외로

먼저 통합적 국토관리체계의 구축은 농지·산지, 환경규제를 비롯하여 중앙 행정부처별로 분산되어 복잡다기하게 얽혔던 토지이용 규제를 통합 단순화하는 데 핵심이 있다. 이를 통해 토지 이용자가 알기 쉽도록 규제의 투명성과 예측 가능성을 제고하고, 지방의 자율과 책임하에 현지 실정에 맞춰 산업·도시용 토지를 유연하게 공급하도록 만든다는 내용이다. 이는 세간의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그동안 우리 사회의 고질적 병폐 중의 하나였던 부처 이기주의와 칸막이 행정의 관행을 극복하고 규제 생산자인 행정부처보다 이용자의 편의를 우선한 개혁적인 조치로 평가된다. 많은 국민의 공감을 얻을 수 있는 부분이다.

이에 비해 언론의 집중적 조명을 받은 수도권 내 공장 입지규제 등에 대한 완화 조치는 우리 사회의 또 다른 고질적 병폐 중의 하나인 지역갈등을 야기한다. 그렇지만 수도권 규제의 존폐 자체에 사활을 거는 극단적인 양자택일식 게임을 지겹도록 반복할 수만은 없다. 수도권의 규제완화 요구와 비수도권의 지역발전 요구를 아우르고 소모적인 갈등을 종식하기 위해서는 그동안 규제에 의존해온 지역균형발전 정책을 투자와 지원 위주로 과감하게 전환해야 한다.

남의 불행을 나의 행복으로 여겨서는 안 되듯이, 한 지역의 경제활동을 구속하고 그에 따른 반사이익으로 다른 지역의 편익을 도모하겠다는 발상 자체는 도덕적, 윤리적으로 건전하지 못하다. 현실적으로 반사이익의 실체는 점점 더 모호해지고 있다. 세계화에 따른 개방형 경제하에서 수도권에 입지하지 못하는 기업은 국내 비수도권 지역이 아닌 중국, 동남아 등 국외로 얼마든지 이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선(先) 비수도권 발전, 후(後) 수도권 규제완화’의 논리는 일본과 중국 등 경쟁국이 우리를 기다려 준다는 전제하에서만 성립 가능하다. 1970년대부터 30년 이상 수도권을 규제해 오는 동안 중국은 우리를 앞질렀다. 더는 여유 부릴 시간이 없다.

중국에서도 지역균형발전은 중요한 정책목표이지만, 이를 위해 베이징과 상하이 등 대도시권을 규제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베이징의 징진지(京津冀)권, 상하이의 창장(長江) 강 삼각권 등 대도시권에 대한 투자를 가속화하며, 이에 따른 경제성과를 내륙으로 확장함으로써 낙후된 지역의 발전을 유도하는 전략을 구사한다. 우리에게도 지역균형발전은 중요한 목표이다. 다만 방법론에 있어 규제를 통한 반사이익에 기대하는 간접적이고 모호한 방식이 아닌, 좀 더 직접적이고 명확한 투자와 지원 방식으로 수단을 바꿔야 한다.

지방투자 부처 통합시스템 필요

이번에 발표한 국토이용 효율화 방안도 수도권 규제완화에 따라 새로이 창출되는 경제적 이익을 비수도권의 투자 재원으로 환원하겠다는 내용을 담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수도권 규제완화에 따른 이익뿐 아니라 국가의 재정지원 규모를 늘리고 이를 지방이 자율과 책임을 갖고 활용하도록 분권을 확대하는 등 더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

차제에 규제를 목적으로 하는 수도권 정비계획법을 투자와 지원에 초점을 맞춘 비수도권 지역발전특별법으로 개편하고 기존의 국가균형발전특별법과 통합하여 비수도권 발전을 위한 국가역량을 결집시킬 필요가 있다. 국토이용의 관리뿐만 아니라 지방경제 발전을 위해서도 부처별 각개약진식 접근을 통합하는 시스템 개혁이 필요하다.

최막중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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