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일본이 과거史 망령을 불러내선 안 되는 이유

  • 입력 2008년 11월 3일 03시 01분


일본 자위대 항공막료장(대장·한국의 공군참모총장에 해당)이 일제(日帝)의 한국 식민지 지배와 침략전쟁을 정당화하는 논문을 쓴 사실이 드러나 아소 다로 일본 총리가 그를 전격 해임했다. 다모가미 도시오 막료장은 한 민간회사의 현상 공모전에 응모해 ‘한반도와 만주는 일본의 식민 지배를 받으면서 생활수준이 향상됐고, 많은 아시아 국가가 일제 침략전쟁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는 요지의 논문으로 최우수상을 받았다.

일본 항공막료장의 ‘침략전쟁 미화 논문’은 정치인들의 과거사 망언과는 또 다른 분노와 우려를 이웃나라들에 안긴다. 일본은 자신들이 일으킨 태평양전쟁에서 1945년 패해 미국 점령하에서 군비(軍備)와 교전권(交戰權)을 인정치 않는 평화헌법을 제정해 오늘에 이르렀지만 자위대는 막강한 군사력을 자랑하는 엄연한 군대다. 요컨대 ‘일본 공군의 현직 참모총장’이 침략의 역사를 지나가는 말 정도가 아닌 논문을 써서까지 미화(美化)하고 나왔으니 침략과 식민 지배를 당했던 나라들이 ‘일본 군국주의(軍國主義)의 부활’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다른 자위대 장교들도 문제의 현상 공모에 응모했다고 한다.

아소 총리는 이 사건이 드러나기 5일 전인 지난달 26일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 참석차 중국을 방문해 ‘일본의 침략을 받은 국가와 국민에게 진심으로 사과하며 후회한다’는 1995년의 ‘무라야마 총리 담화’를 계승한다고 공언했다. 그런데 일본 군대(자위대) 안에서는 전혀 다른 생각들이 뿌리 깊게 퍼져 있음이 이번에 여실히 드러났다.

한중일 3국은 일본 역사교과서 파동 때문에 미뤄졌던 3국만의 정상회담을 12월 14일 개최키로 다시 뜻을 모았다. 한미일 3국 국방전략회의도 복원된다. 글로벌 금융위기, 북한의 급변사태 가능성 외에도 한일 또는 한중일, 한미일 간에 긴밀하게 공조해 윈윈의 길을 모색해야 할 일이 많다. 일본이 수시로 과거사 망령을 불러내는 것은 국가 간 및 지역 간 협력의 필요성이 점증하는 현실에 비추어 참으로 딱한 일이다. 이래서는 일본 외교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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