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투자은행은 시장에서 유통되는 정보의 주된 생산자이다. 흩어져 있는 투자자를 대신해 기업을 평가한다. 기업이 신규 상장할 때 기업의 가치를 분석하고 가격을 결정한다. 기업발행 증권의 대부분을 인수하여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연기금, 뮤추얼펀드, 헤지펀드 등 투자자에게 판매한다. 이미 상장된 기업이 추가로 자금을 조달하거나 자본 및 부채 비율을 재구성할 때 그 과정을 주관하는 게 투자은행이다. 그러므로 투자은행의 역할은 소중한 것이고 이들이 생산하는 정보는 금융발전의 초석이 된다.
하지만 이들이 생산하는 보고서가 투자은행 내부 이해관계에 취약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2002년 파산한 월드컴과 씨티그룹과의 관계는 좋은 사례이다. 당시 씨티그룹 투자은행 부문 애널리스트가 월드컴 주가를 평가할 때 씨티그룹은 자기계정을 통해 월드컴 주식을 거래하고 경영진의 스톡옵션 매각을 대행했다.
투자은행 비즈니스에서 자기계정 거래의 중요성이 크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2005년 통계에 의하면 선도적 투자은행이었던 골드만삭스와 리먼브러더스의 총수입 중 3분의 2가 자기계정 거래에서 나왔다. 공정하고 책임 있는 정보를 생산해야 할 투자은행이 사실은 가장 중요한 이해관계자였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투자은행 보고서가 혹시라도 스스로의 이익이나 거래처 이익을 위해 봉사하고 있지는 않은지 주목하는 것은 감독당국의 당연한 책무이다.
둘째, 한국시장은 외국계 투자은행의 영향력이 유난히 강한 곳이다. 한국 이외에 주요 국가 중 외국계가 투자은행시장을 장악하는 경우는 찾기 힘들다. 일본은 노무라, 프랑스는 BNP파리바, 독일은 도이체은행이 자국 투자은행 시장의 리더이다.
그런데 외국계 투자은행과 이들이 네트워크로 형성하는 해외투자자는 금융위기가 계속되는 한 어떻게 해서든 한국시장에서 좋은 가격으로 투자자산을 회수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 놓여 있었다. 이에 따라 한국은 일본을 포함한 아시아 주요 시장에서 외국인 순매도가 가장 큰 국가가 됐다. 일본시장에서보다 3배 가까이 외국인 순매도가 많았다. 때문에 이 과정에서 혹시라도 투자은행 보고서가 외국인의 대차거래를 ‘도운’ 흔적은 없는지 의심하는 것은 정당하다.
논란이 된 JP모간의 10월 19일자 미래에셋 보고서는 한국금융시장 전반에 대해 암울한 전망을 내놓아 우리 시장을 뒤흔든 바 있다. 문제가 되는 이유는 이 보고서가 한국경제에 부정적 전망을 내놓았기 때문만도 아니고 당국의 종합대책을 부족하다고 한마디로 폄훼해서도 아니다.
중요한 점은 이 보고서가 과연 시장의 인프라로서 투자은행의 책임 있고 합리적인 정보생산 과정의 산물인지이다. 정보를 생산하고 유통함에 있어서 투자은행이 왕왕 야기하는 이해관계의 충돌이 없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자본시장은 대단히 연약하기 때문에 불공정 거래가 발생하지 않는지를 감시하는 작업은 시장을 보호하고 지킬 수 있는 중요한 일이다.
김용기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