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폐쇄회로(CC)TV 등을 통해 확인한 당시 상황에 따르면 이들은 초하루법회로 신도들이 붐비는 틈을 타 지하주차장에 세워져 있던 카니발 승합차와 사과 박스가 담긴 트럭에 나눠 타고 조계사를 빠져나갔다.
휴대전화 위치추적을 피하기 위해 전화기도 한곳에 모아 두고 경찰의 근무교대시간을 이용하는 등 치밀하게 계획된 탈출이었다.
이들의 탈출로 7월 초부터 24시간 동안 수사 경비 인력을 동원하여 감시해 온 경찰은 난감해졌다.
그동안 경찰 50여 명이 늘 조계사 주변을 지켰고, 팀장급 간부 중에는 주말도 반납하고 하루에 12시간을 조계사에서 보낸 경우도 있었다. 이렇게 넉 달 가까이 조계사를 둘러싸느라 진이 빠진 경찰은 또다시 조계사를 벗어난 수배자들을 찾기 위해 진땀을 흘리고 있다.
대책회의 박원석 공동상황실장이 지난달 30일 서울의 한 대학 교정에서 언론과의 인터뷰를 가진 후 이들이 기자회견을 열 것이라는 첩보가 입수되자 경찰에 비상이 걸렸다. 수배자들이 서울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회관에 잠입할 것이란 첩보 때문에 3일에는 새벽부터 인근 길목마다 경찰이 배치됐다.
경찰은 수배자 상당수가 수사망을 피하는 데 ‘전문가급’이어서 이들의 검거가 쉽지 않을 것으로 걱정하고 있다.
이처럼 시민을 보호하고 범죄를 해결해야 할 경찰력이 6명의 수배자를 감시하고 추격하는 데 몇 달 동안 헛되이 쓰이고 있는 것이다.
5월부터 지금까지 ‘쇠고기 시위’에 가담해 사법 처리된 사람은 1100여 명에 이른다. 그런데 정작 배후에서 시위를 조직하고 참가를 부추긴 지도부는 경찰을 요리조리 피해 다니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쇠고기 시위로 인한 직접 피해액만 1조574억 원이고 사회 불안정으로 발생한 손실액은 2조6938억 원으로 추산된다. 시위 지도부는 이런 사회적 손실을 가져온 시위가 정당하고 불가피했다고 목소리를 높여 왔다.
수배자들은 조계사를 빠져나가 여기저기 경찰을 피해 다니는 것을 ‘잠행 농성’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그러나 쇠고기 시위가 떳떳하고 정당한 행위라고 믿는다면 이제 ‘농성’도 ‘잠행’도 모두 그만두고 법정에서 당당하게 자신들의 주장을 펴는 것이 옳지 않을까.
황형준 사회부 constant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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