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외환보유액 급감 우려할 만하다

  • 입력 2008년 11월 5일 03시 01분


외환보유액이 10월 한 달 사이에 274억2000만 달러나 줄었다. 월간 기준으로 사상 최대 규모의 감소일 뿐 아니라 이전 6개월간의 감소분(245억7000만 달러)보다도 많다. 한국은행은 국제 금융시장 불안으로 외화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은행권에 달러를 많이 공급한 데다 유로화와 파운드화 약세로 달러외(外) 통화 자산의 달러화 환산액이 감소한 탓이 크다고 밝혔다. 하지만 우리 경제의 최후 버팀목인 외환보유액이 7개월 사이에 약 520억 달러나 줄어든 데 대한 설명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외환보유액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본격화하기 훨씬 전인 4월부터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무엇보다 외환보유액이 단기에 갚아야 할 유동외채조차 감당하기 벅찬 수준이라는 점이 걱정스럽다. 유동외채를 외환보유액으로 나눈 유동외채 비율은 6월 말 86%에서 10월에는 90%를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1년 이내에 만기가 돌아오는 외채가 한꺼번에 빠져나가는 극단적인 상황을 가정할 필요는 없겠지만, 유동외채 비율의 상승은 결코 좋은 조짐이 아니다.

1997년 말 외환위기 직후 39억 달러까지 떨어졌던 외환보유액은 이후 10년간 지속된 경상수지 흑자와 외국인 투자자금의 유입에 힘입어 지난해 말엔 2622억 달러로 불었다. 이 돈이 이명박 정부 들어 환율 정책의 실패와 미국발 금융위기에 따른 외환시장 혼란이 겹치면서 격감하고 있다. 외환당국이 7월 ‘환율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군사작전을 방불케 하는 대규모 개입으로 달러를 쏟아 부은 것도 달러 비축량을 줄인 요인이다. 그 효과는 온데간데없다.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여전히 세계 6위지만 국제 금융시장의 불확실성과 우리 외채 구조의 취약성을 감안하면 안심할 수준이 아니다. 금융연구원은 단기외채 규모, 외국인 투자 행태를 고려할 때 외환보유액이 2900억 달러 이상은 돼야 한다고 분석한 바 있다. 국제 환(換)투기 세력은 틈만 나면 집요하게 허점을 파고들고, 외국 언론도 흔들어댈 것이다. 이들로부터 외환보유액을 방어하려면 경상수지 흑자 기조를 정착시키고, 외환정책의 초점을 달러를 지키는 쪽에 맞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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