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감독은 1년 선배인 최 감독을 위로하며 시즌 준비에 바쁜 가운데도 밤늦도록 자리를 지키며 조문을 했다.
그런 안 감독이 4일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갑작스러운 비보를 접하고 용인 숙소에서 황망히 광주로 내려갔다.
안 감독의 어머니 이아기 씨는 향년 101세. 대나무로 유명한 전남 담양에서 마흔여덟의 나이에 7남매의 막내인 안 감독을 낳았다. 어머니는 늦둥이에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막둥이를 누구보다 아꼈다. 고교 진학을 앞두고 서울 유학을 떠난 안 감독이 농구를 한다고 했을 때는 험한 운동을 왜 하느냐며 반대가 심했으나 자식 이기는 부모는 없었다. 어릴 때부터 죽순을 많이 먹어 키가 컸다는 아들 뒷바라지에 정성을 다했다.
안 감독도 시즌이 길고 멀리 떨어져 있어 자주 찾아뵐 수는 없어도 고향에 가면 늘 어머니의 손을 꼭 잡고 잠을 청했다. 1년 전 어머니가 낙상으로 크게 다친 뒤 가끔 사람을 못 알아볼 때도 있었으나 막내만 찾아오면 그렇게 반갑게 맞을 수가 없었다.
지난달 31일 시즌 개막에 앞서 한동안 못 뵐 것 같아 어머니를 찾았던 안 감독은 “아주 건강해 보여서 마음 편히 떠나왔는데…. 걱정할까봐 힘을 내신 것 같다”며 말문을 잇지 못했다.
안 감독은 6일 발인을 마친 뒤 상경해 이날 밤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리는 LG와의 경기에서 벤치에 앉기로 했다.
찬바람이 불면서 코트 안팎에서 안타까운 부고가 부쩍 잦아지고 있다. 최희암 감독과 안준호 감독에 앞서 여자프로농구 국민은행 조성원 감독의 외조부로 YMCA 명예총무를 지낸 오리 전택부 옹이 세상을 떴다. 조 감독은 평소 외할아버지에게 많은 가르침과 사랑을 받았기에 충격이 컸다.
가슴 한편에 큰 아픔을 겪었어도 이들은 변함없이 코트를 지켜야 한다. 멀리 어딘가에서 전해올 소리 없는 응원을 떠올리며….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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