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의 ‘9월 고용동향’을 보면 내수경기에 큰 영향을 받는 도소매 음식숙박업 취업자가 지난해 같은 달 대비 6만 명이나 줄었고 건설업 취업자는 4만7000명 감소했다. 60만 개의 음식점 가운데 지난달까지 13만7300여 곳이 휴업했고 무려 4만3700곳이 폐업했다. 가계대출도 사상 처음 500조 원을 넘어 가구당 평균 3017만 원의 빚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침체의 파고가 서민층에 집중되는 양상을 보이는 것이다.
일반 서민은 이 지경이지만 공공부문은 무풍지대나 다름없다. 올해 2월 정부조직개편 이후 중앙부처의 하부조직 개편작업은 아직까지 큰 변화가 없다. 행정안전부가 ‘과당 평균인원 15명’으로 강화한 정부조직 관리지침을 4월 부처에 전달했지만 45개 중앙행정기관 가운데 하부조직 개편작업을 완료한 곳은 행정안전부와 농촌진흥청 등에 지나지 않고 기획재정부 등 대부분의 중앙부처는 꿈적도 하지 않았다. 나라가 온통 촛불시위에 휩싸여 있는 동안 세종로와 과천의 관료들은 기득권 지키기에 골몰하고 있었던 것이다.
정부는 ‘공공부문 선진화’에 나서야 한다. 중앙부처 하부조직 개편을 완료하고 나아가 공공 부문의 방만한 경영과 비효율을 지적할 때 피해갈 수 없는 ‘정부 부속기관의 남설(濫設)’을 해결해야 한다. 현재 157개의 행정기관이 부처에 부속돼 운영되고 있는데 이런 기관에 근무하는 공무원만 2만1977명에 이른다.
정부 부속기관은 당초 민간부문의 역량이 취약한 시기에 국민의 의료 교육 문화 등의 기본적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국가가 직접 공급자로서의 역할을 해야 하는 불가피한 상황에서 시작되었다. 이제는 민간부문에서 더욱 효율적이고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으며 오히려 공공부문에서의 비효율성이 문제가 되고 있다.
예를 들어 전국 42개 국립대학은 정부기관 형태여서 자율적이며 독립적인 운영이 어려운데 이것이 국립대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 우정사업본부의 우편사업은 2002년부터 2005년까지 3년 동안 적자를 보였으며 예금 및 보험사업은 민간 금융시장에 비해 불공정 경쟁을 한다는 비판을 받는다.
따라서 정부는 도탄에 빠진 서민경제의 고통을 분담한다는 차원에서 중앙 및 지방 전체 공무원과 산하 공공기관의 보수와 정원을 동결해야 한다. 또 중앙부처 하부조직 개편을 완수하고 국립대학의 공익법인화와 우정사업의 민영화를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국회의원도 보좌관의 직급을 올리고 비서의 수를 늘리고자 하는 관련법 개정을 당장 중단해야 한다.
서민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덜어준다는 차원에서 정부는 현재 국민 혈세를 낭비하는 곳은 없는지, 불필요한 조직과 인력은 없는지, 국민에게 불편을 초래하거나 비효율적인 행정제도나 규제는 없는지 선제적으로 감시하고 진단하는 체제를 더욱 강화하고 활성화시켜야 한다.
정부 선진화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질 때 비로소 서민의 고통이 줄어들 수 있고 나아가 국민의 지지와 신뢰 또한 확보할 수 있다.
이창원 한성대 행정학과 교수·한국조직학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