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용 사인펜을 쓰지 않고 일반 사인펜을 쓴 수험생이 사법시험 1차 시험에서 합격선이 넘는 답안을 내고도 탈락했다.
박모 씨는 올해 2월 치러진 제50회 사법시험에 응시하면서 지정된 컴퓨터용 사인펜을 챙겨가지 못했다. 시험장에는 컴퓨터용 사인펜이 아닌 연필이나 볼펜, 수성 사인펜 등으로 답안을 표기하면 0점 처리된다는 사실이 명시돼 있었다.
그러나 박 씨는 검은색 일반 사인펜으로 시험을 치렀고, 광학마크판독기(OMR)로 채점한 결과 모든 과목이 0점 처리됐다. 직접 채점을 했을 경우 박 씨의 점수는 합격선을 충분히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씨는 “컴퓨터용 사인펜만을 필기구로 지정한 것은 행정 편의이고 개인적으로 수작업 채점을 인정하지 않아서 입게 되는 불이익이 너무 크다”며 불합격 처분 취소 청구소송을 냈다.
그러나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부장판사 김종필)는 박 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법무부가 수작업으로 채점하면 발생할 수 있는 부정확성을 방지하기 위해 컴퓨터용 사인펜으로 답안지를 작성하도록 했다”며 “박 씨가 시험에 임하면서 부주의한 실수를 저지른 이상 불합격 처분이 비례의 원칙에 반한다고 할 수 없다”고 4일 밝혔다.
이종식 기자 bel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