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가 지급결제를 할 수 있게 되면 고객은 보험사에 계좌를 열고 이를 통해 월급을 받고 공과금을 이체하는 등 은행통장처럼 쓸 수 있습니다. 지금은 보험사에 보험료를 자동이체할 경우에도 반드시 은행계좌를 이용해야만 했죠.
은행업계에서는 크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이미 증권사의 수시입출금 통장인 종합자산관리(CMA) 계좌에 지급결제 기능이 주어지면서 은행보다 높은 금리로 고객을 유인하자 은행 예금이 증권사로 많이 빠져나간 상태입니다. 여기다 보험사에도 결제 계좌가 생기면 돈이 더 빠져나가겠지요.
은행은 “보험사는 은행에 비해 위험자산 비중이 크고 천재지변성 사고에 따른 경영리스크에 노출될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보험사가 금융결제원의 소액결제시스템에 참여하게 되면 금융리스크가 커진다”고 지적합니다. 은행들은 또 “보험상품은 금융실명제 적용 대상이 아니라 자금세탁에 악용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대해 보험사들은 “지급결제용 자산은 전액 외부에 위탁해 운용할 것이므로 리스크가 커지지 않는다”고 반박했습니다. 실명제 문제도 고객별로 예탁계좌를 설정하면 문제없다는 설명입니다.
은행의 고유기능으로 받아들여지던 지급결제 업무에 제2금융권의 진입을 금융당국이 허용하려는 것은 ‘경쟁 촉진’을 위해서입니다. 이 같은 시도가 가능해진 것은 금융감독의 발달로 증권 보험 등에 대한 건전성 감시가 수월해진 데다, 전산기술 덕분에 결제 실패의 위험이 거의 없어졌기 때문입니다.
이번 ‘지급결제 허용’ 문제는 우리 금융 상황이 얼마나 복잡하게 바뀌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류원식 경제부 기자 rew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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