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전자업체도 예년보다는 실적이 좋지 않다. 그러나 외국의 간판 경쟁업체들과 비교하면 선전(善戰)하는 모습이 뚜렷하다. 특히 휴대전화 TV 등 가전제품, 반도체와 액정표시장치(LCD) 등 주력제품의 활약상이 두드러진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 발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휴대전화는 올해 3분기(7∼9월) 미국에서 1060만 대가 팔려 시장점유율 22.4%로 처음으로 1위에 올랐다. 세계에서 가장 경쟁이 치열하고 최대 규모인 휴대전화시장에서 터줏대감인 모토로라를 제치고 정상에 오른 것이다. LG전자는 970만 대(20.5%)로 3위를 차지해 미국에서의 1위와 3위를 모두 한국 기업이 차지했다.
▶본보 8일자 A1면 참조
올해 한국은 TV 최강국으로의 입지도 확실히 굳혔다. 시장조사기관 디스플레이서치에 따르면 올해 2분기(4∼6월) 세계에서 팔린 TV 가운데 10대 중 3대는 삼성전자나 LG전자 제품이다. 수량 기준으로 삼성전자가 17.4%, LG전자가 13.3%로 시장점유율 1, 2위를 나란히 차지하면서 한국 제품 점유율이 사상 최초로 30%를 돌파했다.
2년 가까이 극심한 불황이 이어진 반도체 D램 분야도 사정은 비슷하다. 1, 2위 업체인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는 전문가들 사이에 이번 불황을 극복할 수 있는 대표적 기업으로 꼽힌다. 특히 삼성전자는 3분기 모든 해외 경쟁업체가 큰 적자를 낸 가운데 유일하게 흑자를 기록해 경쟁력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LCD 역시 글로벌 불황과 공급과잉 여파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 등 한국 업체들이 수익성과 점유율에서 각각 1위를 기록하면서 한국을 추격해 온 대만 업체들을 일찌감치 따돌렸다. LG전자 드럼세탁기 7분기 연속 미국 시장 1위와 삼성전자 홈시어터 유럽시장 첫 1위 등의 뉴스도 최근 들려왔다.
지금 국내외 경제는 분명히 어렵다. 하지만 지나치게 상황을 비관할 필요는 없다. 특히 위기 속에서도 빛나는 한국의 주요 제조업은 우리 경제의 든든한 버팀목이다. 글로벌 위기가 한 고비 넘어간 뒤 국제사회에서 우리나라의 상대적 국력이 더 높아질 수 있도록 모두 힘을 합칠 때다.
이헌진 산업부 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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