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막열공’ 일찍 발견하면
레이저 시술로 쉽게 치료
교사인 안상수(44·서울 종로구 이화동) 씨는 몇 개월 전부터 눈앞에 뭔가 날아다니고 어두운 곳에서 눈앞에 섬광이 번쩍거리는 듯한 증상이 나타났다.
근처 안과를 찾은 안 씨는 의사로부터 망막에 구멍이 생겨 ‘망막박리’가 진행되고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근시가 심해 망막이 얇아지면서 떨어져 나간 것이 원인이었다.
망막박리는 카메라에 있는 필름이 찢어지거나 떨어져 나가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눈에서 △물체가 떠다니거나 △섬광이 번쩍이는 듯한 영상이 보이거나 △커튼을 친 것과 같은 물체 가림이 보이거나 △물체가 찌그러져 보이는 증세가 나타난다. 1년에 1만 명당 1명꼴로 발생한다.
한국망막학회 홍보위원 이지은 부산대병원 안과 교수는 “망막박리는 방치할 경우 시력을 완전히 잃어버릴 수도 있기 때문에 빨리 치료해야 한다”며 “눈앞에 물체가 떠다니거나 번쩍거리는 증세가 있으면 즉시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 고도근시와 노화가 주요 원인
안구의 가장 안쪽 면은 카메라의 필름 역할을 하는 망막과 함께 끈적이는 젤 상태의 물질인 유리체가 가득 차 있다. 유리체는 노화가 진행될수록 액체화되고 수축 현상이 일어나면서 망막으로부터 분리된다.
유리체가 분리되면서 서로 밀착됐던 부위의 망막이 찢어져서 구멍이 나기도 한다. 이를 ‘망막열공’이라고 한다. 망막열공을 통해 액체화된 유리체가 망막 밑으로 들어가면서 벽지가 떨어지듯 망막이 떨어져 나가면서 망막박리가 생긴다.
전체 망막이 다 떨어지면 시력을 잃을 수 있다. 공기가 빠져나간 공처럼 눈이 작아지고 꺼져 들어가기도 한다. 너무 진행된 경우 치료 자체가 불가능할 수도 있다. 특히 고도근시나 체질적으로 망막이 얇은 사람은 쉽게 망막이 찢어지면서 망막박리가 잘 생긴다. 안구의 종양, 심한 염증, 당뇨망막증 등의 합병증으로 망막박리가 생기기도 한다.
○ 라식수술 받은 사람도 정기검사 받아야
망막박리 환자가 가장 뚜렷하게 느끼는 자각증상은 시야가 잘 안 보인다는 것이다. 시야가 한쪽부터 가려지다가 박리가 진행될수록 시야장애의 부위도 커지고 마치 눈앞에 흔들리는 장막이 쳐진 것처럼 느끼게 된다.
박리가 망막 중심부인 황반부까지 미치면 사물이 일그러져 보이거나 글자를 읽을 수 없게 되고 오래 방치하면 시력을 잃는다.
40대 이상의 사람에게서 눈앞에 까만 점이 떠다니거나 플래시가 번쩍이는 것 같은 증상이 나타날 때가 있다. 이런 증상이 나타난다고 항상 망막박리나 망막열공을 의심할 수는 없지만 조속히 유리체와 망막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안경을 벗은 상태에서 앞쪽 30cm 거리의 글씨가 희미하게 보이는 마이너스 6디옵터 이상의 고도근시 환자는 라식과 같은 굴절교정 수술을 받았다고 해도 주기적으로 망막검사를 받아야 망막박리로 인한 시력 손상을 막을 수 있다.
망막열공은 일찍 발견하면 큰 수술 없이 간단하게 레이저 치료가 가능하다.
○ 수술 성공률 70∼90%
망막박리 초기에는 레이저로 망막 주위를 응고시켜 울타리를 둘러침으로써 망막이 더 떨어지지 않게 한다. 그러나 망막박리가 일정 수준 진행된 상태라면 수술밖에 방법이 없다.
수술은 ‘공막돌융술’과 ‘유리체절제술’로 나뉜다.
공막돌융술은 실리콘으로 만들어진 스펀지나 고무를 눈알 밖에 고정하여 눌러서 구멍을 막는 방법이다. 유리체절제술은 눈알 안쪽으로 기구를 넣어 떨어진 망막을 붙이고 가스를 채워 구멍을 막는 방법이다.
유리체절제술을 하면 망막이 더 신속하게 정상 위치로 돌아가지만 수술 후 1주일 정도 고개를 숙인 자세를 유지해야 하고 가스가 눈 속에 남아 있는 2∼4주 동안 앞이 잘 보이지 않는다.
망막박리 상태에 따라 다르지만 70∼90%의 환자는 공막돌융술이나 유리체절제술을 통해 망막을 제자리로 돌려놓을 수 있다. 나머지 10∼30%는 망막이 제자리로 붙지 않거나, 일단 붙었다가 다시 떨어지며 재발하는 경우로 재수술을 받아야 한다. 재발은 첫 수술 후 2개월 이내에 나타날 수 있다. 이 시기가 넘어가면 재발은 드물다.
한국망막학회 홍보위원 장우혁 영남대병원 안과 교수는 “실명 위험이 있는 망막박리는 빨리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특히 고도근시 환자는 정기적인 안과검진이 필수이다”라고 말했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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