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투데이]정부 ‘시장개입’도 시장원리 적용하자

  • 입력 2008년 11월 12일 02시 56분


최근 각국 정부가 글로벌 금융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내놓은 정책은 비장할 정도의 느낌마저 주고 있다. 미국은 부실 금융기관을 지원하기 위해 7000억 달러 규모의 공적자금을 조성한 데 이어 일부 부실 금융기관의 지분까지 매입하기로 했다. 또한 부실이 확산되고 있는 자동차회사인 GM과 크라이슬러에 대한 구제금융 지원을 논의하고 있다.

유럽은 유로존 15개국이 은행 간 거래에 대해 정부가 지급보증하기로 결정한 데 이어 독일, 아이슬란드, 아일랜드 등의 국가는 정부가 개인 예금 전액을 지급 보장하기로 했다. 이 밖에 영국, 프랑스, 독일, 스위스 등에서는 부실 은행 자본 확충을 위해 정부가 자금을 지원해 주면서 사실상 ‘국유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런 일련의 사태를 보면서 신자유주의가 금과옥조로 받드는 시장원리가 사라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한편 시장이란 무엇인가 하는 원론적 질문으로 돌아가면 각국 정책당국의 행동이 이해되기도 한다.

현재는 시장에서 기본적인 ‘신뢰’가 사라진 상태다. 시장 참여자들은 신뢰가 없으면 거래를 활발히 하지 않게 되고 그 결과 바람직한 ‘시장가격’도 형성되지 못한다. 그런데 거래가 미흡하고 제대로 된 시장가격이 형성되지 못한다면 시장이 존립할 수 있는 근거가 없어지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는 ‘시장의 실패’ 가운데 하나로 볼 수 있다. 각국 정부가 시장에 적극 개입해 시장의 실패를 바로잡고 시장질서가 제대로 돌아가도록 정책을 편다면 바람직한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이렇게 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먼저 정부의 시장 개입은 한시적이어야 한다. 부실 금융기관과 기업을 정리한 후 시장이 정상 기능을 회복하면 정부는 시장 개입을 서서히 축소해야 한다. 둘째, 도덕적 해이를 최소화해야 한다. 부실화된 금융기관과 기업을 정리하되 그 원인과 책임소재를 분명히 따져 같은 부실이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관련 금융기관 및 기업 관계자들의 문책 등도 뒤따라야 할 것이다. 셋째, 정부의 개입 과정에서도 가능한 한 시장 원리를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예를 들어 정부의 부실자산 매입과정에서 역경매 방식을 도입하면 공적자금 지출을 줄일 수 있고 부실채권 관련 시장이 형성되는 걸 도울 수 있다. 이런 조건들이 충족되지 못한다면 의도한 결과가 나타나지 않거나 상황이 더욱 악화되는 ‘정부의 실패’가 나타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전효찬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