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일 않는 공무원’ 기강 못 잡는 장차관이 더 문제다

  • 입력 2008년 11월 12일 02시 56분


정부와 여당에서 공무원들에 대한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말을 잘 안 듣고, 일을 제대로 안 한다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도 “공무원들에게 내 뜻이 잘 먹혀들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한다. 정권이 바뀌자 ‘코드’가 맞지 않는다고 사실상 태업(怠業)을 하는 공무원들이 과연 공복(公僕)이며, 그런 공무원을 쳐다보며 푸념이나 하는 집권세력이 과연 온전한 정권인가.

일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정부 여당이 이번 정기국회에서 시급히 처리키로 한 법률안 200건 가운데 절반이 관련부처의 늑장 탓에 아직 제출되지 않았다. 특히 이념적 충돌이나 이해집단의 반발이 예상되는 법안들에 대해서는 공무원들이 손도 안 댄다는 것이다. 청와대 회의 내용과 방송통신위원회 내부 자료가 야당 의원에게 넘어가는 등 기밀까지 줄줄 샌다고 한다. 급기야 한승수 국무총리가 모든 부처에 ‘공직기강 확립 업무 추진 지침’을 내려 보냈다.

일반 공무원은 어떤 정권이 들어서든 국정이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도록 복무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것이 직업공무원제의 기본 취지이기도 하다. 정권을 선택하는 것은 국민의 몫이고, 수임 받은 정권이 지향하는 이념과 철학을 정책이나 제도를 통해 구체화하는 것은 공무원들의 몫이다. 따라서 공무원의 신분으로 그런 책무를 거부하거나 소홀히 하는 것은 용납될 수 없다.

공무원들을 움직이지 못하는 장차관과 기관장들에게 더 큰 책임이 있다. 일벌백계(一罰百戒)나 신상필벌(信賞必罰)로 다스리든지, 설득을 하든지 공무원들을 장악해 국정이 돌아가도록 해야 한다. 그런 일이 싫거나 수행할 능력이 안 된다면 자리를 내놓아야 마땅하다. 장차관쯤 되면 역사관 시대관 사생관(死生觀)도 분명해야 한다. 이 정부 장차관급 중에는 위아래 눈치나 살피며,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되는 일도 안 되는 일도 없이 자리보전이나 하려는 기회주의적 보신(保身)주의자들이 너무 많은 게 아닌가.

정부의 일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면 궁극적으로는 대통령의 책임이다. 통솔력과 부처 장악력이 없는 사람들을 고위 정무직에 앉혔다면 이는 곧 인사 실패를 뜻한다. 그런 상황이라면 정부 요직의 인적 재편이 불가피하다. 대통령이건, 장차관이건 공무원들을 움직이는 것이야말로 리더십의 핵심이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