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무늬만 장관급 위기관리대책회의

  • 입력 2008년 11월 13일 02시 59분


정부과천청사에서 어제 아침 열린 ‘위기관리대책회의’에 참석한 장관급은 참석자 14명 가운데 국무총리실장을 포함해 4명뿐이었다. 나머지 10개 부처에서는 차관(급)이 대신 참석했다. 7월 국제유가가 배럴당 150달러에 육박하자 정부는 국정운영을 위기관리 모드로 전환한다면서 경제정책조정회의를 장관급 위기관리대책회의로 바꿨다. 7월 10일 첫 회의 이후 4개월 동안 13차례 회의가 열렸다.

회의를 주재한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어제 회의 시작발언을 통해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한 노력이 특별히 필요하다”면서 “오늘 문화관광, 보건복지, 국토해양, 서비스산업에서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초청 조찬 강연을 이유로 회의에 불참했다. 국토해양부와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은 국회 상임위 준비를 이유로 참석하지 않았다. 회의에 불참한 관련 부처 장관들은 강 장관이 ‘특별히 필요하다’고 강조한 일자리 창출 논의보다 더 특별한 일을 한 것 같지는 않다.

장관에게 불가피한 사정이 있다면 차관이 대신 참석할 수는 있다. 그러나 어제 회의에 장관 10명이 불참한 사유가 모두 불가피한 것이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한마디로 이름만 위기관리대책회의이지, 도무지 정부의 위기의식을 찾아볼 수 없는 회의라는 비판을 들을 만하다. 차관들이 참석해도 지장이 없을 회의라면 굳이 장관급 회의체로 운영할 필요가 없다. 참석자의 대부분이 차관이라면 장관급 회의체로서의 무게는 이미 실종된 셈이다.

글로벌 금융·신용·실물 위기도, 우리 경제의 앞날도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렵다. 기업도, 금융권도 유동성 건전성 불안에 떨고, 수출 내수 가리지 않고 경기가 가라앉고, 고용현장에선 감원 한파가 불고 있다.

세계 공통으로 정부의 역할이 중요한 시기다. 이른바 비(非)경제부처 장관이라고 해서 위기 상황을 강 건너 불 보듯 해선 안 된다. 장관들은 국무위원으로서 국정의 공동 책임자다. 적어도 장관급 위기관리대책회의라는 이름을 붙였으면 장관들이 적극 참석해 지혜를 모으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형식적으로 하는 회의라면 당장 그만두는 것이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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