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낸 세금은 돌려받을 수 있나요?” “당장 2주 뒤부터 신고 기간인데 세액 계산은 어떻게 하나요?”
그러나 전화를 한 사람 모두 “종부세 담당자들이 자리를 비웠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내일 발표할 예정이니 기다려 주십시오”라는 대답밖에 들을 수 없었다.
같은 시간 재정부 세제실장 이하 관련 고위 공무원들은 국회에 가 있었다. 강만수 장관이 출석하는 ‘헌법재판소의 종합부동산세법 위헌소원 등 사건과 관련한 기획재정부 장관 발언 진상조사소위원회’ 청문회에 배석하기 위해서였다.
재정부는 이날 언론에도 “내일 발표하겠다”며 아무런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
국세청도 마찬가지였다. 국세청은 이날 오후 헌재 결정에 따른 후속 안내를 하는 기자간담회를 열 예정이었지만 급히 취소했다. 사유는 “주무 부처이며 정책 당국인 재정부가 내일 발표하겠다고 하는데 집행기관인 국세청이 먼저 나설 수 없다”는 것.
재정부의 발표가 미뤄진 것은 담당자들이 국회에 가 있었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동안 수많은 국회가 열리는 동안에도 보도자료는 문제없이 생산됐다. 예상되는 헌재 결정에 따른 시나리오별 해설자료를 사전 준비해 두는 것은 이들 엘리트 공무원의 장기다.
한 재정부 공무원은 “장관의 헌재 접촉 발언으로 소란스러운 가운데 헌재 결정이 내려지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설명자료를 내놓기가 조심스럽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헌재 결정에 대한 장관의 예상이 그대로 들어맞으면서 “짜고 쳤다”는 비판이 예상되는 것도 재정부에는 부담이다.
‘헌법에도 일부 맞지 않는 세금’을 낸 종부세 대상자들은 지난해 기준 48만 명이다. 이들이 1인당 최소 수백만 원씩 냈다는 것을 감안하면 개인으로서는 큰 이해(利害)가 걸린 관심사다.
재정부는 정치적 이유로 눈치 보느라, 국세청은 재정부 눈치를 보느라 납세자에게 제때 정보가 제공되지 않은 것이다. 해당 기관이야 불가피한 사정이라고 말하겠지만 국민에게 신속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그보다 덜 중요한 일인가.
곽민영 경제부 기자 havef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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