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땐 큰 오차… 내년엔?”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국내 최고 두뇌집단이면서 한국은행과 함께 가장 권위 있는 경제 전망을 내놓는 기관입니다. 이 KDI가 내년 한국 경제 성장률이 3.3%일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얼마나 믿을 만한 수치일까요?
KDI가 경제전망을 발표한 것은 1983년의 전망치를 발표한 것이 처음입니다. 이후 분기별로 발표하다가 지난해부터 1년에 두 차례 발표하고 있습니다. KDI의 26년치 경제전망보고서를 입수해 성장률 전망이란 게 과연 믿을 만한가를 따져봤습니다.
이 중에서 경제여건이 확 달라진 1998년 외환위기 이후 1999∼2008년의 10년간만 보면 실적보다 높게 전망한 것이 4번, 낮게 전망한 것이 6번입니다.
“KDI는 국책연구기관이기 때문에 정부의 기대가 반영된 희망적 숫자를 내놓는다”는 말도 있지만 선입견에 불과하다는 얘기지요. 2006년에는 5.0%를 전망한 후 실제로는 5.1%를 기록한 ‘신묘’한 일도 있었습니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1999년에는 오차율이 너무 큽니다. 1997년 9월에 1998년 전망치를 6.7%로 발표했습니다. “기아 등 부실 대기업 처리가 지연되면서 경제 전반에 불안심리가 확산돼 있지만 실물경제가 비교적 견실한 성장세를 보이며 미약하나마 회복 국면에 진입하고 있다”는 것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6.9%의 마이너스 성장을 했습니다. 외환위기가 코앞에 닥쳤는데도 감지하지 못했다는 말이지요. 1999년은 2.2%로 예상됐는데 실제로는 9.5% 성장했습니다. 예상 밖의 빠른 회복세를 보였던 것입니다.
조동철 KDI 연구1부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수출입 부분은 불확실성이 아주 크며 가장 자신 없는 부분이 환율”이라고 말했습니다.
KDI의 내년 성장률 전망치 3.3%를 두고 “도대체 시장의 분위기를 알고 있느냐”는 비판도 있습니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이 심지어는 1%대로 내다보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 역시 내년이 돼봐야 누가 옳았는지 판가름 나겠지요.
여러모로 외환위기 당시를 떠올리게 하는 요즘, ‘제발 KDI의 예상치가 적중하면…’ 하는 바람입니다.
곽민영 경제부 기자 havef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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