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후 레미콘, 아스팔트콘크리트(아스콘), 골판지 등을 생산하는 중소기업계가 연이어 파업을 했다. 이 때문에 일부 건설현장이 멈춰서고 도로공사가 차질을 빚기도 했다.
당시 대기업이 먼저 양보했다. 현대자동차는 주물로 만든 부품 납품가격 결정 때 원재료비를 평균 20% 높이기로 했다. 주물 제품 가격이 kg당 평균 83원 오르면서 파업도 잦아들었다.
건설사들도 레미콘 납품단가를 m³당 8.4%(수도권은 7.0%) 인상하기로 했다. 레미콘 생산 역시 재개됐다.
최근 원자재 가격은 하락세로 돌아섰다. 배럴당 150달러에 육박하던 국제유가가 50달러 안팎으로 떨어졌고 동(銅)판 및 동선 등 비철금속 가공제품 가격도 가파르게 하락했다.
이번에는 중소기업인들이 팔을 걷고 나섰다.
한국주물공업협동조합은 최근 지역별 조합원사 대표 20여 명이 모인 가운데 비상대책회의를 열고 주물 제품의 납품단가를 약 10%(kg당 평균 50원씩) 인하한다고 밝혔다. 주물 제품의 원자재인 고철 가격이 올 초 kg당 420원에서 6월에 800원으로 90%나 급등했다가 지난달 말 550원으로 내려갔기 때문이다.
레미콘공업협동조합연합회도 “레미콘 원자재인 시멘트 가격이 아직 고공행진을 하고 있어 레미콘 납품가격을 내리지 못하고 있지만 시멘트 가격 추이를 봐서 레미콘 납품가를 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도 나섰다. 조달청은 중소기업인 18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13일 열린 중소기업중앙회 주최 간담회에서 ‘중소기업제품 공공구매 확대 방안’을 상세히 설명했다. 특히 계약 기간을 현행 1년에서 분기 혹은 반기로 바꿔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구매 단가에 반영하겠다는 내용은 참석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었다.
미국발(發) 글로벌 금융위기로 우울한 뉴스가 넘쳐나는 요즘 이런 ‘대기업-중소기업-정부’의 협력 사례는 고무적이다. 세계적으로 경제가 나쁘지만 각 경제 주체가 서로 한 발씩 양보하고 협조하면 한국은 다른 국가보다 빨리 경제 회복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원자재 가격 등락을 놓고 3자가 보인 상생(相生)과 공존을 위한 협력모델이 산업계의 다른 분야로도 확산되길 기대한다.
박형준 산업부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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