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은 회생 가능성이 있지만 일시적 자금난으로 어려움을 겪는 건설업체들을 살리기 위해 대주단(채권단) 자율협약 가입신청을 다음 주 초까지 받기로 했다. 건설업계 재생(再生)작업의 첫 걸음마가 이제야 시작된 것이다. 대주단에 가입하면 유동화채권과 대출의 만기가 1년 연장되고 신규 대출도 받을 수 있어 숨통이 트인다. 반면 배제되는 업체는 채권단의 지원이 끊겨 자연스럽게 퇴출될 가능성이 높다. 중소중견업체들이 더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100대 건설사로 제한된 가입대상을 조속히 확대할 필요가 있다.
건설업 위기는 주택경기 호황 때 분양가 폭리를 노리고 아파트를 무리하게 많이 지은 업계의 책임이 가장 크다. 하지만 합리적 수준의 금융 지원만 해주면 살아날 수 있는 업체와 그렇지 못한 업체가 같은 취급을 받으면서 우량과 불량의 구분이 모호해진 불확실성 때문에 위기가 증폭됐다. 개별 기업의 생사를 가르는 ‘살생부’ 작성에 박수를 칠 일은 아니지만, 지금 건설업계는 이런 극약 처방이라도 쓰지 않으면 모두가 공멸(共滅)을 걱정해야 할 만큼 절박하다.
금융당국은 억울한 업체가 나오지 않도록 기준을 균형 있고 엄정하게 적용하되, 일단 살리기로 한 기업은 강도 높은 자구(自救)노력을 전제로 다각적인 금융 지원을 해야 한다. 은행들이 자금 지원 부담을 줄이기 위해 멀쩡한 기업까지 퇴출 대상에 올리지 못하도록 철저히 감독할 필요가 있다.
일자리 창출 및 연관 업종에 미치는 경기 파급효과가 아주 큰 건설업체가 무더기로 쓰러지도록 방치할 수는 없다. 금융위기에 대응하느라 건설업 대책이 늦어져 사태를 더 악화시켰다. 정책은 내용 못지않게 타이밍이 생명이다. 살릴 기업 선정을 최대한 서둘러야 한다. 옥석(玉石) 가리기를 머뭇거리다가는 굴러 내리는 돌 더미에 옥이 휩쓸려버릴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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