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살릴 건설업체는 제대로 지원해야

  • 입력 2008년 11월 15일 02시 58분


건설업계를 휩쓸고 있는 ‘부도 도미노’ 공포가 진정될 기미를 좀체 보이지 않는다. 미분양 아파트를 처분하기 위해 분양가를 크게 낮추고, 현금 확보를 위해 땅이나 알짜 계열사를 팔려고 내놓아도 경기침체의 골이 워낙 깊어 거들떠보는 이가 없다. 은행들이 돈줄을 죄는 바람에 자금사정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올해 들어 10월까지 부도난 건설업체는 328개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47%나 증가했다.

은행들은 회생 가능성이 있지만 일시적 자금난으로 어려움을 겪는 건설업체들을 살리기 위해 대주단(채권단) 자율협약 가입신청을 다음 주 초까지 받기로 했다. 건설업계 재생(再生)작업의 첫 걸음마가 이제야 시작된 것이다. 대주단에 가입하면 유동화채권과 대출의 만기가 1년 연장되고 신규 대출도 받을 수 있어 숨통이 트인다. 반면 배제되는 업체는 채권단의 지원이 끊겨 자연스럽게 퇴출될 가능성이 높다. 중소중견업체들이 더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100대 건설사로 제한된 가입대상을 조속히 확대할 필요가 있다.

건설업 위기는 주택경기 호황 때 분양가 폭리를 노리고 아파트를 무리하게 많이 지은 업계의 책임이 가장 크다. 하지만 합리적 수준의 금융 지원만 해주면 살아날 수 있는 업체와 그렇지 못한 업체가 같은 취급을 받으면서 우량과 불량의 구분이 모호해진 불확실성 때문에 위기가 증폭됐다. 개별 기업의 생사를 가르는 ‘살생부’ 작성에 박수를 칠 일은 아니지만, 지금 건설업계는 이런 극약 처방이라도 쓰지 않으면 모두가 공멸(共滅)을 걱정해야 할 만큼 절박하다.

금융당국은 억울한 업체가 나오지 않도록 기준을 균형 있고 엄정하게 적용하되, 일단 살리기로 한 기업은 강도 높은 자구(自救)노력을 전제로 다각적인 금융 지원을 해야 한다. 은행들이 자금 지원 부담을 줄이기 위해 멀쩡한 기업까지 퇴출 대상에 올리지 못하도록 철저히 감독할 필요가 있다.

일자리 창출 및 연관 업종에 미치는 경기 파급효과가 아주 큰 건설업체가 무더기로 쓰러지도록 방치할 수는 없다. 금융위기에 대응하느라 건설업 대책이 늦어져 사태를 더 악화시켰다. 정책은 내용 못지않게 타이밍이 생명이다. 살릴 기업 선정을 최대한 서둘러야 한다. 옥석(玉石) 가리기를 머뭇거리다가는 굴러 내리는 돌 더미에 옥이 휩쓸려버릴 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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