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체자(불법체류자) 추방 운동은 합법적인데 왜 언론이 제노포비아(외국인 혐오증)로 몰고 가는 거죠.” “외국인 우수 인력에 대해서는 대환영을 해야 하지만 불법 외국인은 체류하게 해서는 안 됩니다.”
최근의 경제위기와 외국인 범죄 증가로 한국 사회에서 제노포비아 정서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는 본보 기사를 놓고 온라인상에서 누리꾼들의 반응이 뜨겁다.
▶본보 17일자 A1 참조
‘우리 아닌 그들’이라는 ‘마음의 장벽’ 허물자
▶본보 17일자 A12면 참조
‘그들’ 멍들게 하며 병드는 ‘우리’
그러나 기사에서 지적하고자 했던 것은 불법체류자 추방의 옳고 그름이 아니었다. 불법체류자를 비롯한 국내 거주 외국인에 대한 우리의 인식과 태도를 성찰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외국인을 한 인격체로 대우하지 않는 현실, 그들에 대한 적대감이 커지는 현상을 보여 주려 했던 것이다. 다인종 다문화에 익숙하지 못했던 우리는 한국인과 외국인을 애써 구분하려 한다. 외국인을 대하는 태도 역시 지나치게 감정적이고 때로 배타적이다.
물론 유럽에서도 외국인 혐오증과 인종주의는 100년 넘도록 오랜 과제였다. 한국노동교육원 송태수 박사는 최근 발표한 논문 ‘유럽의 제노포비아가 한국에 주는 함의’에서 이렇게 지적했다.
“경기침체 시에는 노동시장의 위축과 실업률의 확대로 인해 자국민의 위기의식을 확산시키고 동시에 제노포비아를 심화시키게 된다.”
독일의 경우 통일에 대한 불만으로 제노포비아가 심화되는 경향도 보였다. 송 박사는 “제노포비아로부터 자유로운 나라는 없다”며 “한국에서도 경기침체, 남북통일 후 사회 불만, 극우정당 출현 등을 계기로 제노포비아가 폭발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5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외국인을 향해 자행된 폭력사태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아파르트헤이트(흑백 인종분리) 정책으로 백인들에게 차별을 받았던 흑인들이 이 사태의 가해자로 돌변한 것은 충격이었다.
다행히 한국 사회에서 제노포비아는 아직 심각한 수준은 아니다. 다만 우리 안의 제노포비아를 경계하고 다문화사회에 대한 교육과 제도 정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지구촌은 ‘다문화사회의 아들’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인을 축하하고 있다. 그러나 다문화사회에 대한 준비 없이 ‘대한민국의 오바마’를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다.
황형준 사회부 constant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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