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공기업 비리, 곪아터진 뒤 수사만 할 건가

  • 입력 2008년 11월 19일 02시 59분


이명박 정부 출범 후 검찰이 진행해온 공기업 비리 수사 결과를 보면 할 말을 잃게 된다. 한국토지공사 전 이사는 아파트 인허가 편의를 봐주고 받은 2100만 원어치의 백화점 상품권과 양복 티켓을 침대 밑에 감춰뒀다가 들통 났고, 한국중부발전의 한 간부는 공사 수주 대가로 받은 2000만 원을 화장실 천장에 숨겼다가 들켰다. 심지어 토지공사 전직 사장과 군인공제회 전 이사장은 그 아들들까지 아버지를 팔아 관련 업체로부터 각각 4500만 원과 16억 원을 받았다. 이런 공기업을 국민 혈세로 떠받치고 있으니 세금고(苦)에 시달리는 납세자들이 분통 터질 일이다.

검찰은 무려 660여 명의 공기업 임직원을 적발해 구속 또는 불구속 기소했지만 그걸로 그쳐선 안 된다. 공기업에 대한 대대적인 개혁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정치권과 관료사회, 공기업의 삼각 부패 고리부터 끊어 다시는 이런 비리가 발붙이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신(神)이 내린 직장’으로 불릴 정도로 보수와 대우 면에서 특혜를 받아온 공기업을 ‘비리의 복마전’으로 그냥 내버려둔다면 어떤 국민이 땀 흘려 일하고 정직하게 세금을 내고 싶겠는가.

전문성도 경영능력도 없는 사람을 코드가 맞는다는 이유로 공기업에 내려보내고, 그는 안착을 위해 노조와 야합하고, 감시 감독해야 할 정부 부처와 기관은 자신들의 민원 해결과 노후 대비책으로 이를 묵인하는 공생(共生)구조가 요지부동인 한, 공기업이 스스로 경쟁력을 높이고 국민의 신뢰를 받으며 국리민복에 기여할 것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이번 수사에서 한국전력공사, 대한주택공사, 한국도로공사, 한국토지공사 등 자산 규모 1∼4위 공기업부터 임직원 비리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공기업은 지금 이 순간도 수많은 취업 준비생에게 선망의 대상이다. 그런 공기업들이 납품비리에서 공금횡령, 인사 청탁, 특혜 대출 및 부당 자금지원 등에 이르기까지 온갖 비리를 저질렀으니 그들 보기가 낯 뜨거울 것이다.

검찰 수사와 형사 처벌만으로는 부족하다. 환부를 완전히 도려내는 대수술을 해야 한다. 대통령이 나서서 공기업 비리와의 전쟁이라도 선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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