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상품가격 조정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러시아를 중심으로 한 ‘이머징 유럽’과 ‘이머징 라틴’ 시장의 부진, 그리고 최근 이뤄지고 있는 이머징 마켓의 신용등급에 대한 재평가 등은 투자자들의 불안감만 키우고 있다.
그러나 포트폴리오 분산 차원에서 지금까지 투자해 왔던 이머징 마켓을 무작정 기피하기보다는 그 배경과 향후 흐름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지금 이머징 마켓이 겪고 있는 어려움은 안전자산 선호현상으로 인한 달러 공급 부족, 통화가치 급락, 그리고 이머징 마켓의 위험에 대한 과소평가와 집중투자 등에 원인이 있다.
지난 1년간 이머징 마켓 통화는 미 달러화 대비 큰 폭으로 하락했고, 현재 중국을 제외한 이머징 국가들은 2004년 수준으로 환율이 돌아와 있다. 아시아 지역뿐 아니라 브라질 멕시코 등 라틴아메리카 지역의 통화가치 하락도 심했다.
그러나 주목해야 할 점은 이들 국가 사이에서도 차별화가 나타나고 있고 앞으로도 더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다. 견조한 기초체력을 갖춘 이머징 국가의 통화 가치는 시장에 달러가 공급되고 자금 유동성이 개선될 때 달러화 및 유로화 대비 더욱 큰 폭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
이머징 마켓 내의 변동성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이지만 지난 5년간 이머징 마켓 붐이 일었던 기간에 통화나 주가에 생겼던 거품은 이제 상당 부분 해소됐다.
이머징 국가 중에서도 부실자산의 처리 경험 및 시스템이 있는 국가들, 경상수지가 균형 또는 흑자를 보이는 국가들은 금융위기를 비교적 빠르게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또 각국 정부의 재정 지출을 통한 내수 진작 노력도 성장률이나 통화 가치 호전에 도움이 될 것이다.
이머징 마켓 투자는 분산투자 관점에서 포트폴리오의 일부로 편입하는 것이 적절하다. 특히 규모가 작은 시장에 대해서는 제대로 리서치가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고 기업들의 잠재력이 잘못 이해되거나 간과돼 장기가치가 주가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사례가 많다.
또 시장 안에서의 변동성이나 성장 요인이 각기 다르기 때문에 이머징 마켓 내에서의 분산 투자도 중요하다. 각국의 경제 회복 노력과 각종 위험 요소를 함께 지켜보며, 앞으로도 이머징 마켓은 분산 투자의 개념으로 바라봐야 할 것이다. 투자에 대한 기대수익률 또한 2003년 이후 5년 동안과는 다른 수준이어야 함을 잊지 말아야 한다.
김동일 프랭클린템플턴투신운용 채권부문 최고투자책임자(C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