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특집]자산가들 ‘펀드 NO!’… 이제 믿을 건 특판 예적금뿐

  • 입력 2008년 11월 20일 03시 00분


《요즘 같은 ‘투자 암흑시대’에 자산가들은 어떻게 돈을 굴리고 있을까. 자산가들도 불안정한 시장 상황을 감안해 적극적으로 투자하기보다 시장을 관망하며 위험 관리에 부쩍 신경을 쓰고 있다. 상반기(1∼6월)만 해도 예금과 채권에 별로 관심이 없던 자산가들은 이제 원금이 보장되면서 확실한 수익을 가져다주는 상품에 투자하고 있다. 일부 자산가들은 지지부진한 금융시장을 떠나 미술품과 같은 틈새시장에 관심을 기울이기도 한다.》

“일단 쉬자” 일부 MMF행… 부동산 처분 잇따라

○투자 대원칙은 ‘원금보장’

갖고 있는 주식형 펀드에서 이미 40∼50%가량 손실을 본 자산가들은 이제 투자 상품을 고를 때 원금이 보장되는지를 가장 먼저 따져보고 있다. 원금이 보장되면서 정기예금 금리를 약간 상회하는 특판 고금리 예·적금 상품에 돈이 몰린 것도 이 때문이다.

정상영 하나은행 선릉역 골드클럽 프라이빗뱅킹(PB)팀장은 “한국은행에서 기준금리를 대폭 내리기 전에 이미 자산가들은 7∼8%대 고금리 특판 예금에 많이 가입했다”며 “요즘은 원금 보장이 안 되는 상품들은 인기가 없다”고 말했다.

은행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국민 우리 신한 하나 기업 외환은행 등 6개 시중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9월보다 13조4768억 원이 늘었다.

자산가들은 주가연계증권(ELS) 상품을 고르는 데도 원금이 보장되는지를 가장 먼저 살펴보고 있다. 이전에는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높은 수익을 가져다주는 ELS 상품을 선호했지만 요즘엔 원금 보장이 되지 않으면 투자하지 않고 있다.

일부 자산가들은 ‘쉬는 것도 투자’라며 손실 폭이 크고 편중이 심했던 신흥시장(이머징) 펀드를 일부 환매해 머니마켓펀드(MMF)에 넣어놓고 관망 중이다.

정 팀장은 “올해 초에 일부 손실을 감수하고 이머징 펀드를 환매한 PB고객들이 꽤 된다”며 “방향성이 결정되는 시기에 다시 투자하겠다며 그때까지 MMF에 넣어놓고 현금으로 갖고 있겠다는 고객들이 제법 많다”고 말했다.

올해 초 포트폴리오 조정 차원에서 일부 환매한 펀드를 제외하고 나머지 손실 난 펀드에 대해서는 환매를 보류한 채 지켜보는 자산가들이 적지 않다. 특히 매달 일정액을 납부하는 적립식펀드와 변액보험 등의 경우는 불입을 중단하지 않고 지속하는 경우가 많다.

○미술품, 해외자산 처분에 관심

한 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금융시장을 떠나 아예 미술품에 관심을 갖는 자산가들도 늘고 있다. 서민들에 비해 원래부터 미술품에 관심이 많은 자산가들은 새로운 투자처로 미술시장을 주목하고 있는 것.

최봉수 하나은행 방배서래골드클럽 PB팀장은 “최근 정부의 세제개편안 내용 중 4000만 원 이상의 거래에 대해서는 2010년부터 매매차익을 과세하겠다는 내용이 있지만 경기가 호전되기 전인 지금이 오히려 미술품 투자의 기회라고 보는 고객들이 제법 많다”고 말했다.

해외에 자산을 갖고 있는 자산가들 중 상당수는 최근 원-달러, 원-엔 환율이 고공행진을 이어감에 따라 국내로 자금을 송금하고 있다. 국내로 송금해 환차익을 보는 동시에 최근 사실상 ‘제로 금리’에 가까운 선진국과 달리 높은 금리를 유지하고 있는 국내 금융상품에 가입해 이자도 챙기려는 것이다.

은행업계에 따르면 우리은행 일본지점에서 한국 본점으로 송금한 규모는 10월 2274건, 26억5400만 엔으로 9월보다 1090건, 16억9000만 엔이나 늘었다. 신한은행 미국 법인과 지점에서 송금한 규모도 10월 1억1400만 달러로 전월보다 4500만 달러나 증가했다.

○부동산 처분하는 자산가 많아

최근 부정적인 투자 전망이 이어지고 있는 부동산에 대해서는 처분하려는 자산가들이 많다. 부동산을 처분해 현금을 확보해 두려는 것이다.

실제로 지방 소재 부동산이나 중심 상권에서 벗어난 곳에 위치한 상가 건물 등은 처분하려고 내놓은 자산가들이 많지만 시장이 얼어붙어 거래가 거의 없다.

손경지 하나은행 PB본부 부동산팀장은 “정부가 여러 부동산 활성화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아직 실수요를 동반한 매입 세력이 없어 시장이 얼어붙어 있다”며 “특히 그동안 지나치게 부동산에 편중된 자산 포트폴리오를 가진 PB고객 중에서 부동산 비중을 줄여 현금을 확보하려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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