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李대통령, 해외에서 어떤 각오로 돌아올 것인가

  • 입력 2008년 11월 22일 02시 59분


미주(美洲)를 순방 중인 이명박 대통령은 22일 페루 리마에서 열리는 제16차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한다. G20 금융정상회의 못지않게 중요한 회의다. 이 자리에서도 금융위기 극복을 위한 국제공조 방안이 집중 논의될 예정이다. 전 세계를 강타한 위기는 그만큼 심각하다.

그런데 이 대통령은 어제 페루에서 수행 경제사절단과 가진 만찬에서 “위기 극복 순서로 봐서 대한민국이 세계에서 가장 먼저 극복하지 않겠나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기가 실물위기로 확산돼 전 세계가 디플레이션 공포에 떨고 있거니와, 국내는 그 충격에다 내부적 취약성이 동시다발적으로 드러나 금융 외환시장 및 건설업 조선업 등 실물분야의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이에 대한 정부 정책은 시장과 국민의 신뢰를 충분히 얻지 못한 채 상당부분 겉돌고 있다. 대통령이 위기 극복의 자신감만 보인다고 해결될 상황이 아니다.

자칫 잘못하면 대통령이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해외 신용평가기관이나 언론들은 ‘정부의 인식이 안이하거나 둔하다’는 이유만으로도 한국을 불안하게 평가한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국내의 외화 및 원화 유동성 사정은 지난달 말에 비해 개선됐지만 풀린 돈이 돌지 않는 양상은 여전하다. 환율은 10년여 만에 최고치인 달러당 1500원 선에 육박했다. 건설업체 등을 대상으로 한 구제금융과 구조조정 작업은 정부와 은행의 책임 떠넘기기 속에서 거의 진척이 없다.

정부마저 내년 경제성장률을 2% 중후반대로 낮춰 잡았다. 새 일자리 창출은커녕 해고의 위기감이 모든 기업에 번지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의 대처는 답답하기만 하다. 구조조정을 피해 갈 수 없는데도 의지와 추진력 부족으로 제대로 추진이 안 되고 있다. 돈을 대거 풀고서도 금리를 떨어뜨리지 못하는 등 처방이 시장과 상당히 유리돼 있다. 당정(黨政)은 잦은 엇박자로 수도권 규제 완화나 종부세 개편 문제 하나 매듭짓지 못하고 있다.

대통령이 위기의 중심에 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위기를 실제 이상으로 과장해도 안 되지만 실체적 위기를 간과하거나 외면해서는 더욱 안 된다. 이 대통령이 26일 해외순방에서 어떤 각오로 돌아올지 국민은 지켜볼 것이다. 각오에 따라 해법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나라는 국민과 세계와 시장이 신뢰할 만한 국정 최고책임자의 통찰력과 리더십을 그 어느 때보다 절실히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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