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매-신규 수수료가 더 많을수도… 득실 따져야
주가 급락으로 원금을 다 날리는 깡통펀드가 속출하고 펀드 수수료가 비싸다는 여론이 일자, 일부 판매사에서 펀드 판매보수를 인하하고 있다.
1년 전 선풍적 인기를 끌었던 한 해외펀드에 1억 원을 투자한 투자자 김 씨. 이미 원금의 절반을 잃었고, 1년간 냈던 총보수만 236만 원에 이른다. 김 씨는 최근 일부 판매사와 자산운용사에서 펀드 판매보수를 인하한다는 소식을 듣고 펀드를 갈아타는 게 나을지 문의해 왔다.
신한은행은 7개 펀드의 판매보수를 20% 인하한다고 발표했고, 미래에셋증권도 12월 초부터 38개 펀드의 판매보수를 20% 낮춘다고 밝혔다.
일부 투자자는 보수가 인하된 펀드로 갈아탈까 하는 유혹을 느낄 만도 하다. 그러나 펀드 수수료의 구조를 제대로 이해해 갈아타기의 득실이 무엇인지 명확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
일반적으로 펀드 투자자가 부담하는 비용은 일회성 수수료와 보수 등 두 가지로 나뉜다.
일회성 수수료는 선취수수료, 환매수수료처럼 특정 서비스에 한 번 부담하는 비용이다. 선취수수료는 가입 시 보통 투자금액의 1%를 떼는데, 선취수수료를 부과하는 펀드는 펀드 이름에 A라는 알파벳이 붙어 있다.
보수는 가입 후 환매할 때까지 평가금액과 투자기간에 비례하여 지불하는 비용이다. 이 중 운용보수는 운용사가 가져가는 수수료이고, 판매보수는 펀드를 판매하는 은행이나 증권사에서 취하는 수수료이다. 이외에도 수탁·일반·기타보수가 있지만 차지하는 비중은 아주 작은 편이다.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5월 말 기준 주식형펀드의 평균 보수는 2.07%다.
펀드 클래스(A·C·E)에 따라 수수료 구조가 다르다. A클래스는 판매사가 선취수수료를 떼는 대신 보수가 낮다. C클래스는 선취수수료는 없지만 보수가 A클래스보다 높은 편이다. E클래스는 온라인 전용 펀드로 A와 C클래스에 비해 보수가 낮다.
최근 판매보수를 20%씩 인하한다는 소식에 투자자들은 일단 환영하는 분위기다. 그렇다면 판매보수 인하로 투자자들은 얼마만큼의 비용 절감 효과가 있을까?
흔히 2%가 넘는 총보수에서 20%를 깎아 주는 것으로 오해할 수 있지만, 이는 보수 중 판매사에서 부과하는 판매보수에 대해서만 20%를 인하한다는 것이다. 운용보수와 기타보수는 판매사와는 상관이 없어 내리고 싶어도 내릴 수 없다. 따라서 전체적인 인하 효과는 ‘20% 인하’라는 어감만큼 크지 않다.
예를 들어 선취수수료가 없는 C클래스 주식형펀드에 1000만 원을 투자했을 때 총보수가 2.07%로 1년에 20만7000원의 수수료를 부담해야 한다고 가정해 보자. 그러나 이 중 1.28% 선인 판매보수가 20% 인하된다면 투자자가 부담해야 할 수수료 총액은 18만1000원으로 2만6000원의 비용을 절감하게 된다. 총보수 인하 효과는 20%가 아닌 12.6%에 그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펀드 갈아타기는 자칫 환매수수료와 일부 펀드의 경우 신규 가입 시 내야 하는 선취수수료 부담만 높일 수 있다. 또 증시 침체로 현재 국가별, 유형별 펀드 수익에 큰 차별성이 없는 상황에서 펀드 갈아타기는 더 큰 비용부담과 손해를 불러올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김종석 우리투자증권 용산지점 차장(‘딸기아빠의 펀펀재테크’ 저자)
정리=이지연 기자 chan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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