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남북이 체결한 ‘개성공업지구와 금강산관광지구의 출입 및 체류에 관한 합의서’ 10조 1항에는 ‘북측은 (남측) 인원의 신체, 주거, 개인 재산의 불가침을 보장한다’고 명시돼있다. 북은 이를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개성공단관리위원회와 부대업체의 상주직원 50% 철수를 요구했다. 북의 조치는 ‘남북경제협력협의사무소 개설 및 운영에 관한 합의서’를 비롯한 다른 합의도 어기는 것이다. 다음 달 1일부터 중단하겠다는 경의선 화물열차 운행은 김 위원장과 노무현 전 대통령이 합의해 10·4정상선언에 명시한 사항이다. 합의위반을 밥 먹듯이 하는 북은 남에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의 이행을 요구할 자격이 없다.
그런데도 통일부는 북한의 약속 위반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하지 못한 채 개성공단 상주직원의 철수계획이나 짜고 있다. 통일부는 김 위원장의 약속 파기에 대해 정면으로 항의하고 이후 벌어질 남북관계 경색의 모든 책임이 북한에 있음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
북한의 태도를 보면 개성공단 문제는 우리가 조금 양보한다고 해결될 사안이 아니다. 기업의 경제적 피해 같은 단편적 관점이 아니라 종합적인 대북전략 차원에서 다뤄야 한다. 북한은 “이명박 정부가 10·4선언을 이행하지 않아서 남북관계가 악화됐다”고 주장하면서도 ‘10·4선언 중 실현가능한 것부터 논의하자’는 우리 측의 제안은 거부하고 있다. 이는 북의 주된 의도가 남한 사회 흔들기에 있음을 보여준다.
야당도 상황을 제대로 읽어야 한다. 모든 것을 우리 정부 탓으로 돌리면서 이명박 대통령에게 대북정책 기조 변경을 요구하는 것은 북한의 음모와 책동에 말려드는 것이다.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이 진실로 ‘대한민국의 야당’이라면 정부를 비판하기에 앞서 북한의 약속 위반부터 꾸짖어야 옳다.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