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자동차는 대형차에 비해 상대적으로 인기가 높아진 소형차 생산 비중을 현재 55% 수준에서 내년에는 60% 이상으로 높일 방침이다. 현대·기아차는 이를 위해 한 생산라인에서 여러 차종을 만드는 ‘혼류(混流)생산’과 가동률이 떨어지는 생산라인에서 근무하는 근로자를 일손이 모자라는 생산라인으로 보내는 ‘전환배치’ 제도를 도입하기로 하고 노조와 협의에 들어갔다.
▶본보 27일자 B1면 참조 - 현대차, 소형차 비중 60% 이상으로
성과도 일부 나타나고 있다. 기아차는 최근 소하리 1공장에서 ‘카니발’과 ‘프라이드’를 함께 생산키로 노조와 합의했다. 쌍용자동차도 감산과 감원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지난달 노사가 전환배치에 합의했다.
사실 혼류생산이나 전환배치는 가전 등 다른 제조업에서는 ‘상식’으로 통한다. 자동차 업계에서도 일본 등 선진국 업체들은 진작부터 적용하고 있는 시스템이다. 공장 가동률을 높일 수 있는 너무나 당연한 생산 방식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 자동차 회사 노조들은 그동안 “노동 강도가 높아진다”면서 두 제도 도입에 결사적으로 반대했다. 이 때문에 인기 차종을 생산하는 공장에서는 특근과 잔업이 이뤄졌지만 비인기 차종을 만드는 공장에서는 근로자들이 물량이 없어 교육으로 시간을 때우는 등 인력과 비용 낭비가 많았다. 이런 경직성은 국내 자동차 업체들의 생산성이 선진국 업체보다 낮은 주요한 원인으로 지적됐다.
강성으로 통하던 기아차와 쌍용차 노조가 변한 것을 두고 “경제위기가 ‘상식’을 통하게 한 것 같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한때 세계 자동차 시장을 호령하던 GM, 포드, 크라이슬러 등 미국 자동차 업계 ‘빅3’가 파산 위기에 직면하고, 현재 세계 1위 자동차 업체인 일본 도요타도 감산과 감원을 하는 등 세계 자동차 업계가 ‘불황의 늪’에 빠져드는 위기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노사가 경기 상황 등에 따라 탄력적으로 생산 방식을 조정하는 ‘상식’이 현대·기아차의 다른 공장이나 GM대우차 등 다른 자동차 업체로도 확산되기를 기대한다. 유연한 생산 방식은 감산이나 감원에 따른 고통을 최소화할 수 있다. 당사자인 회사나 근로자는 물론 부품을 공급하는 협력업체나 주변 상인에게도 도움이 된다. 더는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송진흡 산업부 jinh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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