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송진흡]경제위기 덕에 ‘상식’ 통하는 車노조 될까

  • 입력 2008년 11월 27일 19시 59분


글로벌 경제위기에 따른 차량 수요 감소로 어려움을 겪는 국내 자동차업계에서 생산방식을 개혁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현대·기아자동차는 대형차에 비해 상대적으로 인기가 높아진 소형차 생산 비중을 현재 55% 수준에서 내년에는 60% 이상으로 높일 방침이다. 현대·기아차는 이를 위해 한 생산라인에서 여러 차종을 만드는 ‘혼류(混流)생산’과 가동률이 떨어지는 생산라인에서 근무하는 근로자를 일손이 모자라는 생산라인으로 보내는 ‘전환배치’ 제도를 도입하기로 하고 노조와 협의에 들어갔다.

▶본보 27일자 B1면 참조 - 현대차, 소형차 비중 60% 이상으로

성과도 일부 나타나고 있다. 기아차는 최근 소하리 1공장에서 ‘카니발’과 ‘프라이드’를 함께 생산키로 노조와 합의했다. 쌍용자동차도 감산과 감원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지난달 노사가 전환배치에 합의했다.

사실 혼류생산이나 전환배치는 가전 등 다른 제조업에서는 ‘상식’으로 통한다. 자동차 업계에서도 일본 등 선진국 업체들은 진작부터 적용하고 있는 시스템이다. 공장 가동률을 높일 수 있는 너무나 당연한 생산 방식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 자동차 회사 노조들은 그동안 “노동 강도가 높아진다”면서 두 제도 도입에 결사적으로 반대했다. 이 때문에 인기 차종을 생산하는 공장에서는 특근과 잔업이 이뤄졌지만 비인기 차종을 만드는 공장에서는 근로자들이 물량이 없어 교육으로 시간을 때우는 등 인력과 비용 낭비가 많았다. 이런 경직성은 국내 자동차 업체들의 생산성이 선진국 업체보다 낮은 주요한 원인으로 지적됐다.

강성으로 통하던 기아차와 쌍용차 노조가 변한 것을 두고 “경제위기가 ‘상식’을 통하게 한 것 같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한때 세계 자동차 시장을 호령하던 GM, 포드, 크라이슬러 등 미국 자동차 업계 ‘빅3’가 파산 위기에 직면하고, 현재 세계 1위 자동차 업체인 일본 도요타도 감산과 감원을 하는 등 세계 자동차 업계가 ‘불황의 늪’에 빠져드는 위기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노사가 경기 상황 등에 따라 탄력적으로 생산 방식을 조정하는 ‘상식’이 현대·기아차의 다른 공장이나 GM대우차 등 다른 자동차 업체로도 확산되기를 기대한다. 유연한 생산 방식은 감산이나 감원에 따른 고통을 최소화할 수 있다. 당사자인 회사나 근로자는 물론 부품을 공급하는 협력업체나 주변 상인에게도 도움이 된다. 더는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송진흡 산업부 jinh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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