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정성희]뭄바이 테러

  • 입력 2008년 11월 28일 02시 59분


1995년 11월 인도 정부가 인도의 고유지명을 회복하자는 뜻에서 뭄바이(Mumbai)로 개칭한 뒤에도 현지인들은 이 도시를 여전히 봄베이(Bombay)라고 부른다. 마하라슈트라 주(州) 주도인 뭄바이는 인도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로 인구가 1300만 명인 경제와 상업의 중심지다. 영화산업이 특히 발달해 ‘봄베이 할리우드’란 의미로 발리우드(Bollywood)란 조어(造語)를 낳기도 했다. 인도에서 가장 번성하고 개방적인 곳이지만 범죄, 폭력, 암살, 테러도 끊이지 않는다.

▷뭄바이의 테러일지는 길다. 1993년 3월에는 힌두교도와 이슬람교도 간 갈등으로 하루 12건의 조직적 테러가 발생해 300여 명이 죽고 800여 명이 다쳤다. ‘인도의 9·11테러’로 불리는 이 사건은 ‘검은 금요일’이란 영화로 만들어져 국제영화제에 출품됐고 국내 공중파 TV로 방영되기도 했다. 1995년에는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에 의한 버스폭탄 테러가 있었다. 2006년에는 파키스탄에 근거지를 둔 이슬람 무장단체가 통근열차를 상대로 연쇄 폭탄테러를 감행해 200명이 사망했다.

▷이에 버금가는 테러가 26일 뭄바이를 다시 아비규환으로 만들었다. 일단의 무장괴한들이 최고급 호텔, 철도역, 병원, 레스토랑 등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10여 군데에 동시에 들이닥쳐 총을 난사하고 수류탄을 터뜨렸다고 한다. 사망자는 100명을 넘었고 부상자는 300∼900명에 이르며, 인질로 잡힌 사람들이 얼마인지는 아직 모른다고 한다. 그 대담한 발상과 잔혹한 수법에 몸서리가 쳐진다. 테러리스트들이 공격한 타지마할호텔에는 한국인도 26명이나 갇혔다가 극적으로 빠져나왔다. 천만다행이다.

▷이번 테러는 인도 안의 외국인들을 겨냥한 것이라고 한다. 글로벌시대에는 누구도 테러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음을 절감한다. 무고한 민간인에 대한 조직적이고 고의적인 살상은 어떠한 숭고한 명분에도 불구하고 용납할 수 없는 반(反)인륜 범죄이다. 문제는 그런 테러가 폭정, 가난, 무지, 종교 갈등, 민족 분쟁의 그늘에서 독버섯처럼 자란다는 데 있다. 테러와의 전쟁에서 승리하려면 테러조직을 뿌리 뽑는 데 그치지 않고 궁극적으로 모두가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회복하도록 해야 한다.

정 성 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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