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뭄바이의 테러일지는 길다. 1993년 3월에는 힌두교도와 이슬람교도 간 갈등으로 하루 12건의 조직적 테러가 발생해 300여 명이 죽고 800여 명이 다쳤다. ‘인도의 9·11테러’로 불리는 이 사건은 ‘검은 금요일’이란 영화로 만들어져 국제영화제에 출품됐고 국내 공중파 TV로 방영되기도 했다. 1995년에는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에 의한 버스폭탄 테러가 있었다. 2006년에는 파키스탄에 근거지를 둔 이슬람 무장단체가 통근열차를 상대로 연쇄 폭탄테러를 감행해 200명이 사망했다.
▷이에 버금가는 테러가 26일 뭄바이를 다시 아비규환으로 만들었다. 일단의 무장괴한들이 최고급 호텔, 철도역, 병원, 레스토랑 등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10여 군데에 동시에 들이닥쳐 총을 난사하고 수류탄을 터뜨렸다고 한다. 사망자는 100명을 넘었고 부상자는 300∼900명에 이르며, 인질로 잡힌 사람들이 얼마인지는 아직 모른다고 한다. 그 대담한 발상과 잔혹한 수법에 몸서리가 쳐진다. 테러리스트들이 공격한 타지마할호텔에는 한국인도 26명이나 갇혔다가 극적으로 빠져나왔다. 천만다행이다.
▷이번 테러는 인도 안의 외국인들을 겨냥한 것이라고 한다. 글로벌시대에는 누구도 테러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음을 절감한다. 무고한 민간인에 대한 조직적이고 고의적인 살상은 어떠한 숭고한 명분에도 불구하고 용납할 수 없는 반(反)인륜 범죄이다. 문제는 그런 테러가 폭정, 가난, 무지, 종교 갈등, 민족 분쟁의 그늘에서 독버섯처럼 자란다는 데 있다. 테러와의 전쟁에서 승리하려면 테러조직을 뿌리 뽑는 데 그치지 않고 궁극적으로 모두가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회복하도록 해야 한다.
정 성 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