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김영용]정부와 국회, 발등의 불부터 꺼야

  • 입력 2008년 11월 28일 02시 59분


세계 여러 기구가 내년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여 발표했다. 미국과 유럽, 일본이 마이너스 성장을 하고, 그동안 고성장을 구가했던 중국과 인도의 성장률도 둔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아시아태평양지역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내년도 한국 경제성장률을 2.0%로 예측하는가 하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7%로 전망하고 있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도 현재로서는 2% 중후반대로 예상되지만 앞으로 더 내려갈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어 경제위기가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OECD 회원국 전체의 성장률이 ―0.4%로 전망되는 데 비하면 2% 중후반대 성장률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정쟁 멈추고 시장기능 회복 조치를

최근의 세계경제 위기는 미국발(發) 금융위기의 불똥이 실물부문에 본격적으로 옮아붙으며 가시화되고 있다. 우리의 경우 문제의 심각성은 거시경제의 총수요를 구성하는 가계소비, 기업의 국내투자, 정부지출, 그리고 순수출의 4가지 요소 모두 운신의 폭이 크지 않다는 데 있다. 우선 주요 수출국인 선진국과 중국의 경기 둔화로 당분간 수출 증가는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고공 행진을 하는 환율이 수출 둔화를 좀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지만 효과는 미미할 것으로 보이며 국내 물가 상승의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가계소비 역시 경기침체로 전반적인 소득이 감소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미래 소득이 불확실하여 둔화될 수밖에 없다. 기업투자도 장래 경기에 대한 어두운 전망과 수도권 규제 등 각종 규제에 발목이 잡혀 증가하기는 어렵다.

남은 것이 정부지출이지만 이 역시 위기 국면을 조금 완화하는 수준일 뿐 특단의 대책이 되기는 어렵다. 더구나 여야가 합심하여 현 난국을 타개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해도 어려운 판에 종합부동산세, 지역균형개발, 지난 정권의 비리 등의 이슈로 정쟁만을 일삼고 있다. 금융위기의 진원지인 미국은 금융 시장의 조속한 안정을 위해 신속하게 대책을 세우고, 유럽과 일본도 유동성 공급에 이어 재정 확대 지출을 모색하는 등 문제의 원인을 분석하고 대처하지만 우리의 대응은 체계적이지 못하다는 느낌이다.

앞으로 상당한 기간 감내해야 할 경기침체는 미국의 금융위기가 주된 원인이지만, 그동안 분배에 치중한 나머지 성장 잠재력을 저하시켰던 지난 정부의 경제 운용에도 일단의 책임이 있다. 인과관계가 뒤바뀐 진단으로 투기를 잡겠다고 세금과 재건축 규제로 주택 시장을 질식시켰다.

소비-투자-수출 등 운신의 폭 좁아

금융위기로 자산 디플레이션 현상이 겹쳐 소비가 더욱 위축됐으며 경제력 집중 억제와 전형(典型)이 없는 기업지배구조를 개선한다는 이름 아래 기업의 생산 활동을 옥죈 것이 불황을 타개할 수 있는 추동력을 크게 추락시켰다. 그런데도 여야는 구체적인 재정지출 계획을 짜지 못한 채, 책임 공방에 시간을 허비하니 불황의 터널을 쉽게 벗어날 것 같지 않다. 내년에는 최악의 불황 시나리오까지도 각오해야 할 형편이다.

결국 불황 상황에 대한 최후 방어선은 개인으로 귀착된다. 경제주체가 불황에 적응하고 상처 난 시장이 치유되어 정상 궤도로 돌아오기를 기다리며 견디는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정부와 국회가 도와야 할 일은 책임 공방은 다음으로 미루고, 발등에 떨어진 불인 추가적인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 세금 인하, 규제 혁파 등 시장 기능 회복을 위한 조치를 신속히 취하는 것이다. 인간의 짧은 이성으로 수많은 사람이 살아가는 세상을 인위적으로 조정할 수는 없다는 사실을 교훈으로 삼으면서 말이다.

김영용 전남대 교수·경제학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