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의 편지]권희숙/노인에게 담배사다 달라니

  • 입력 2008년 11월 28일 02시 59분


며칠 전 공원에 산책을 나갔던 아버님이 돌아오셔서 한숨을 쉬시며 한탄했다. 교복을 입은 여학생 두 명이 다가와서는 “할아버지, 용돈을 좀 드릴 테니 저기 편의점에 가서 담배 두 갑 좀 사다 주실래요” 했다고 한다. 아버님은 너무 어처구니가 없어 한동안 말씀을 못하신 채 학생들의 얼굴만 바라봤다는 것이다.

그렇게 5분쯤 지났을까. 이 학생들은 자기들끼리 “할아버지 귀가 안 들리나봐. 에이 그냥 갈까” 하다가 다시 친절하게도(?) 종이에 “담배 1갑 사다주세요. 용돈 2000원 드릴게요”라고 써서 갖고 왔단다.

기가 막혔다. 고등학생들이 버젓이 교복을 입고, 그것도 노인께 그런 부탁을 하다니. 청소년 여학생이 담배를 피우는 것보다 어르신에게 용돈을 미끼로 그런 부탁을 했다는 것 자체가 충격적이었다. 돈 한 푼이 아쉬워 담배를 사다준 어르신이 있을지 모른다. 노인을 이용하는 아이들을 보니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권희숙 대구 수성구 욱수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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