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차정섭]대학 선택, 아직도 점수에 맞춥니까?

  • 입력 2008년 11월 28일 02시 59분


수험생은 대학수학능력시험을 통해 자신의 능력을 평가하고 앞으로의 진로를 결정한다. 대학에 진학하는 이유는 좀 더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을 쌓아 자신의 능력을 키우고 자아실현 및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일 것이다.

하지만 이런 목표는 ‘교과서적인’ 수준에 머무르는 것이 사실이다. 적지 않은 학생과 학부모에게 대학은 인생의 진로를 모색하고 결정하는 통로라기보다는 점수에 맞춘 진학의 대상일 뿐이다. 그러다 보니 학과가 적성에 맞지 않아 수능에 다시 응시하거나 다른 대학의 다른 학과로 편입하기도 한다.

청소년은 성적에 대한 부담으로 자신의 적성 흥미 가치관 성격에 대해 탐색하는 기회가 제한적일 뿐만 아니라 삶의 목표를 세울 계기 또한 흔치 않다. 그 때문에 성적이 좋거나 대인관계가 원만한 청소년이라도 자신의 진로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으로 많은 고민을 한다.

실제로 한국청소년상담원이 전국 중고교생 2500명을 조사해 5월 발표한 ‘청소년 삶·고민의 변화와 상담서비스 분석(1993∼2008)’에서 진로와 관련한 부모 및 교사와의 갈등, 진로 결정의 어려움, 진로 정보 부족 등 진로에 대한 고민이 39.4%로 가장 많았다. 2003년 조사에서도 진로 고민은 45.7%로 첫손가락에 꼽혔다. 청소년을 위한 적성검사나 진로교육이 크게 개선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청소년기 적성 및 진로교육의 미비는 청소년의 가치관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 목표의식이 결여된 학업은 물질 만능주의나 편하고 쉬운 직종을 선호하는 경향을 초래한다. 10월 한국투명성기구가 발표한 청소년 반부패 인식조사에서 응답자의 17.1%가 감옥에서 10년을 살아도 10억 원을 벌 수 있다면 부패를 저지를 수 있다고 답했다고 한다.

충북도 청소년종합상담실이 2001년 전국 고교생 5000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가치관 조사에서는 36.8%가 경제적으로 부유한 삶을 사는 것을 인생의 목표로 꼽았다. 청소년이 자아실현보다 물질적인 풍요로움을 우선시한다는 말이다. 지금부터라도 청소년이 진정한 삶의 가치를 바로 알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다음 달 10일 수능 성적이 통지되면 18일부터 24일까지 정시모집 원서 접수가 순차적으로 진행된다. 길지 않은 기간이지만 수험생 자녀를 둔 부모나 교사는 청소년의 특기와 장점을 잘 파악해 진로에 대한 정보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청소년도 적성검사나 직업탐색검사를 활용해 자신에게 맞는 진로와 정보를 적극적으로 모색했으면 한다. 진학은 성적순이라고 할지 모르지만, 적성에 맞는 진로 모색이 행복에 더 가까워지는 길이라는 점을 수험생과 학부모에게 꼭 말해주고 싶다.

차정섭 한국청소년상담원장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