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부장님, 짜증만 낸다고 일이 잘됩니까?”

  • 입력 2008년 11월 29일 03시 03분


한국기업 리더들 감정 통제 서툴러… 불황일수록 ‘감성 리더십’ 위력

세계적인 경기 침체의 여파로 요즘 부정적 감정에 휩싸인 사람이 많다. 이는 개인적 스트레스의 차원을 넘어 기업에 또 하나의 위험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부정적 감정이 기업에 퍼져 조직원들의 합리적 판단을 해치고 사기를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부정적 감정이 주위 사람들에게 전염된다는 사실은 이미 과학적으로 증명됐다. 세계적인 심리학자인 대니얼 골먼 미국 럿거스대 교수는 가까이 있는 사람들의 뇌 영상을 촬영해 이들의 감정이 상대방의 감정 변화에 따라 달라짐을 밝힌 바 있다.

인사관리(HR) 컨설팅회사인 헤이그룹 서울사무소의 박두진 부장 컨설턴트는 동아비즈니스리뷰(DBR) 22호(12월 1일자)에 기고한 글에서 “조직원의 감성은 특히 리더의 태도 및 역량에 좌우된다”며 “외부상황이 나쁠 때일수록 기업 리더가 더 긍정적인 조직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감정 관리에 서툰 국내 기업 리더들

우리나라 기업의 리더들은 감정 관리에 서툰 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직장 상사들은 부정적 감정을 이용해 자신의 권위를 세우거나 부하직원들을 통제하려는 경향이 있다. 후배에게 큰 소리로 야단을 쳐 긴장감을 조성하거나 인상을 찌푸린 채 하루 종일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식으로 불만을 표시하는 상사가 꽤 많다. 이는 본뜻을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 것을 미덕으로 여겼던 전통에서 기인한다.

또 국내 기업의 리더들은 자신의 감정 상태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채 의사결정을 내리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합리적 판단 능력이 마비돼 치명적 실수를 유발할 수 있고 부하직원 관리의 효율성은 떨어진다.

박 부장은 “리더의 부정적 언행이 어떤 이유로도 설명되지 않거나 부당해 보일 때 부하직원들은 리더의 언행과 자신의 추측 사이에서 ‘불일치’를 경험하며, 이는 곧 불만과 동기 저하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골먼 교수는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9월호에 실은 논문에서 “훌륭한 리더가 되려면 조직을 장악하기보다는 협조를 받아야 하는 사람들에게 관심을 갖고 긍정적인 감정을 불어넣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골먼 교수는 타인이 더욱 효율적으로 행동하도록 돕는 대인관계 능력인 ‘사회적 지능’을 키울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감성 리더’가 되기 위한 5가지 방법

박 부장은 긍정적인 조직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기업의 리더들이 실무에서 적용할 수 있는 5가지 방안을 소개했다.

우선 리더는 자기감정을 스스로 인식하고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감정과 행동에 불일치가 나타나고 이는 조직원 전체를 동요시킨다. 실제로 짜증을 자주 내는 상사와 일하는 직원들은 원래보다 지능지수가 낮게 측정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또 리더는 부하직원들에게 업무의 방향과 기대수준을 명확히 전달해야 한다. 급하다고 해서 업무의 배경설명은 빼놓고 필요한 일만 지시하는 것은 금물이다.

외부환경이 어려울수록 리더는 부하직원들과 더 많은 대화를 나누고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그래야 조직원들은 혼자가 아니라 공동체에 속해 있다는 유대감을 갖는다.

부하직원의 업무 결과에 대해 피드백을 공정하게 하는 것도 리더의 책임이다. 사람이나 상황에 따라 피드백의 기준이 달라지면 부하직원들의 업무 의욕이 떨어진다. 반면 공정한 피드백은 부하직원들에게 상사가 진심으로 믿고 따를 수 있는 사람이라는 느낌을 준다.

마지막으로 리더는 부하직원들이 일에 몰입하도록 책임감을 심어줘야 한다. 박 부장은 “불황기일수록 조직원들은 무기력하게 있기보다 상황을 빨리 극복하기 위해 회사에 기여하고 싶어 하는 만큼 이들에게 적절한 업무와 책임을 부여하면 심리적 안정에 도움을 준다”고 조언했다.

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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