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LG그룹 계열사의 최고경영자(CEO) 등 주요 임원 사이에서는 구본무 회장의 이 발언이 단연 화제라고 합니다.
구 회장은 최근 각 계열사 CEO들과 만나 내년 사업계획을 논의하는 ‘컨센서스 미팅(CM)’에서 이들에게 일일이 이같이 당부했습니다. LG의 한 고위 임원은 “회장께서 CM을 끝내면서 일종의 마무리 발언으로 이 두 메시지를 전달하며 ‘사람(인재) 경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전했습니다.
구 회장과 면담한 정보기술(IT) 계열사의 한 CEO도 “‘어렵다고 채용 안 하면 안 된다. 어려울수록 좋은 인재를 더 뽑아야 한다. 사람(임직원)을 잘 키워야 성장의 기회가 왔을 때 도약할 수 있다’는 말씀이 인상 깊었다”고 하더군요.
1995년 2월 취임한 구 회장은 2년여 뒤 한국사회를 뒤흔든 외환위기를 맞았습니다. LG그룹의 사사(社史)는 그 후 전개된 자구책을 ‘선택과 집중의 구조조정’이라고 표현합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많은 ‘LG맨’이 자의 또는 타의로 회사를 떠나야 했습니다. LG 계열사의 한 차장은 “지금 내 부서에서는 부장급 선배가 거의 없는데 외환위기 때 회사를 떠난 사람 대부분이 그 연배이기 때문”이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구 회장의 이번 발언은 그런 아픔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다짐으로 들립니다.
실제로 지금의 LG는 외환위기 때의 그 LG가 아닙니다. 1997년 말 507%에 이르렀던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146%까지 떨어졌습니다. 외환위기 때 53개였던 계열사는 GS나 LS그룹 등의 분리로 현재 39개로 줄었지만 그룹 매출은 61조 원에서 100조 원대로 늘었습니다. 그만큼 더 건실해졌다는 의미겠지요.
글로벌 경제위기로 그 희망이 절망으로 바뀔 것 같은 불안감이 엄습하는 요즘입니다. 하지만 주요 그룹 총수의 ‘사람 사랑’이 임직원들의 ‘회사 사랑’을 증폭시켜 불안과 절망을 희망적으로 극복하는 새 모범 답안을 만들어가기를 기대합니다. 희망찬 새 아침은 반드시 다시 찾아올 테니까요.
부형권 산업부 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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