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대통령 퇴임 9개월 만의 ‘형님’ 검찰 출두

  • 입력 2008년 12월 2일 02시 51분


노무현 전 대통령이 퇴임한 지 9개월 만에 친형 건평 씨가 어제 검찰에 피의자 신분으로 비공개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정권 말기 또는 정권이 바뀐 뒤 통과의례처럼 돼버린 전현직 대통령 아들이나 형제 또는 친인척의 검찰 소환을 다시 접하며 언제까지 이런 후진국형 비리가 반복돼야 하는지 답답한 생각이 든다.

노 씨는 2005년 농협의 세종증권 인수 때 노 전 대통령의 친구 정화삼 씨의 부탁으로 정대근 당시 농협중앙회장이 세종캐피탈 대표를 만나도록 주선했다. 노 씨도 만남을 주선한 사실은 시인하면서 “꿈에도 돈을 받은 적이 없다”고 대가성 금품수수 혐의를 부인한다. 검찰이 전직 대통령의 친형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한 것은 관련자 진술과 증거를 확보했기 때문일 것이다. 노 씨가 혐의를 씻고 봉하마을로 편안히 내려갈 수 있을지 일단 수사를 지켜볼 도리밖에 없다.

노 씨는 2003년 9월 대우건설 남상국 사장에게서 연임 청탁과 함께 3000만 원을 받은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돼 2004년 6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및 추징금 600만 원을 선고받았다. 그때 저지른 잘못을 교훈으로 삼았더라면 오늘과 같은 수모는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노 전 대통령은 2004년 3월 생중계 기자회견에서 형을 ‘아무것도 모르고 힘없는 시골 노인’이라고 비호하며 “좋은 학교 나오시고 크게 성공하신 분들이 별 볼일 없는 사람에게 가서 머리 조아리고 돈 주고 그런 일 이젠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남 사장은 대통령 발언에 충격을 받고 한강에서 투신자살했다. 권력자의 아들과 형제 주변에는 이권을 탐내는 자들이 꼬이게 마련이다. 노 전 대통령이 그때부터라도 형을 철저히 관리했어야 했다.

검찰에 따르면 정 씨 형제는 불법 로비 대가로 받은 돈 30억 원 가운데 8억여 원으로 김해 상가에 사행성 오락실을 개장했고, 노 씨는 청탁의 대가로 이 오락실 지분을 받아 3억∼4억 원의 이득을 얻은 혐의다. ‘대통령 형님’이 사행성 오락실 지분을 받아 서민의 주머니를 턴 돈을 챙긴 혐의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도덕성 문제라면 늘 큰소리치던 노 전 대통령도 얼굴을 들기 어렵게 됐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