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손효림]헛소문 한마디에 멀쩡한 기업 속으로 운다

  • 입력 2008년 12월 2일 22시 45분


‘각종 루머가 생산되고 전파돼 회사와 단체, 개인을 어렵게 만들고 있습니다. 있지도 않고 사실과 다른 루머의 생산자, 전파자가 주변에 있다면 질책해 주시고, 중단시켜 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중견 건설사인 우림건설의 한 임원이 2일 기자와 지인들에게 이런 내용의 e메일을 보냈다.

시공능력평가액 순위 40위인 이 회사는 사업 용지를 매각하고 인적 구조조정을 하는 등 자구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우림건설은 요즘 월급이 안 나온다’는 식의 루머가 끊이지 않고 있다.

그 임원에게 전화했더니 “한 번도 급여가 밀린 적이 없다. 급여통장이라도 공개하고 싶은 심정이다. 그 밖에도 각종 루머가 계속 나오고 있다. 고민 끝에 e메일을 보냈다”고 말했다.

경기침체가 계속되면서 기업들과 관련된 갖가지 루머가 나돌고 있다. 실제로 이름 있는 기업들이 기업회생절차(옛 법정관리)나 워크아웃을 신청하면서 각종 소문은 더 무성해지고 기세도 맹렬하다.

이런 소문이 나면 해당 기업은 당장 타격을 입는다. 금융기관은 수시로 확인에 나서고, 거래처에서도 불안감에 문의가 폭주한다. “사실과 다르다”고 아무리 얘기해도 원상회복이 안 된다. 사실상 대응이 불가능한 것. 구조조정, 부도 등의 단어가 익숙해진 요즘이지만 이를 직접 겪어야 하는 사람들은 얼마나 두렵고 고통스러울까.

예전에 기자와 한 증권사의 리서치센터장, 애널리스트 등이 함께한 자리에서 “A기업은 당연히 망할 줄 알았는데 이렇게 화려하게 부활할 줄 몰랐다”는 이야기가 나온 적이 있다. 그때 리서치센터장이 말했다.

“사람들은 기업이 죽고 사는 얘기를 쉽게 합니다. 그러나 이는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닙니다. 기업의 역량과 운명은 외부에서 정확히 판단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가 하는 일이 기업을 분석하는 것이지만, 이 일을 하면 할수록 ‘기업의 생사를 쉽게 단정해서는 절대 안 되겠다’는 생각이 자꾸만 듭니다.”

기업이 탄생하고 사라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러나 사실이 아닌 소문 때문에 살아남을 수 있는 기업이 주저앉는 일이 생겨서는 안 된다.

기업의 생사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언급해야 한다. 확인된 사실 외에는 입을 다물어야 한다. 지금처럼 어려운 시기일수록 더욱 그렇다.

손효림 기자 ary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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