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없이 무미건조해 보이는 뉴스여서 언론에서는 크게 다뤄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 조치의 배경에는 적잖은 함의가 숨겨져 있습니다.
현재 법규정은 소수의 투자자에게서 돈을 모아 주식, 부동산, 기업에 투자하는 PEF를 ‘금융회사’로 분류해 지분을 보유한 계열회사에 대해 의결권을 15% 이상 행사할 수 없도록 하고 있습니다. 투자할 때 경영권을 겨냥하기 마련인 대기업으로서는 PEF를 만들어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에 참여할 유인이 없는 셈입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지난해 말 기준으로 국내 PEF의 규모는 평균 2000억 원(약정액 기준)에 불과합니다. 부실기업을 인수해 구조조정한 뒤 팔아 수익을 올리는 사업을 하기에는 턱없이 작은 규모입니다. 외국계 PEF인 블랙스톤이 지난해 힐튼호텔을 260억 달러(약 37조7000억 원)에 산 것을 감안하면 그 격차를 실감할 수 있지요.
더구나 내년에는 경기침체로 건설사, 중소기업, 저축은행 등 적잖은 국내 기업들이 매물로 쏟아져 나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지금처럼 M&A 시장이 제 기능을 못한다면 원활한 기업 구조조정이 힘들 수밖에 없습니다. 외환위기 때처럼 우량 기업들은 헐값에 외국자본에 넘어갈 가능성이 큽니다. 나머지는 공적자금을 투입하거나, 부작용을 감수하고 파산시켜야 합니다. 외환위기 때 경험한 일입니다.
‘과거에서 교훈을 얻지 못하면 실패는 되풀이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과거 외환위기에서 교훈을 얻은 백용호 공정위원장의 노력으로 시장의 기능이 활성화되고 이로 인해 부실기업들이 경쟁력을 갖춰 거듭날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장원재 경제부 기자 peacecha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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