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윤양섭]레오폴드 카페와 뭄바이

  • 입력 2008년 12월 3일 02시 58분


레오폴드 카페, 인도 뭄바이에 있는 조그마한 카페를 알게 된 것은 지난주 발생한 테러를 통해서였다. 바다를 통해 뭍에 올라온 테러범들이 처음으로 총탄을 퍼부은 곳으로, 그곳에서만 10명이 숨졌다.

뭄바이의 상징 타지마할 호텔과 오베로이 호텔, 기차역, 유대인 거주센터를 공격한 것은 이해가 됐지만 카페는 의외였다. 현지에서 취재를 마치고 돌아온 기자의 말을 듣고 나니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다.

영국의 식민지 시대인 1871년 문을 연 레오폴드 카페는 번화가인 금융지구 중 외국인들이 가장 많이 찾는 명소라고 한다. 2층짜리 건물로 많을 때는 배낭여행객을 비롯한 외국인이 200명 가까이 북적거린다고 한다. 간단한 음식을 먹으며 여행 정보를 교환하거나, 금융지구 내 외국인들의 사교모임 장소로 유명하다. 테러의 효과를 높인다는 측면에서 어떤 곳보다도 크다고 판단했을 법하다.

타지마할 호텔과 레오폴드 카페를 구글의 인공위성 지도를 통해 살펴보았다. CNN을 통해 전해지던 사건 현장의 모습이 훨씬 입체적으로 느껴졌다. 미국 첩보기관이 위성으로 스파이를 감시하는 기분이랄까.

그 호텔과 카페는 반도 모양의 뭄바이 시내 중 바다로 향한 끝부분, 즉 풍광 좋은 곳에 위치해 있다. 어원이 힌두교 여신의 이름에서 유래됐다는 뭄바이는 국내총생산(GDP)의 5%, 산업 생산의 4분의 1, 해운의 40%, 자본거래의 70%가 이뤄지는 인도의 ‘경제 수도’다. 남아시아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발리우드 영화산업의 중심지이기도 하다.

카스트제도의 잔재가 남아 있는 고리타분한 이미지의 인도의 다른 지역과 달리 뭄바이는 세계를 향해 열린 개방의 칼끝인 셈이다. 그곳에서는 계급보다는 자유를, 원리주의보다는 보편주의를 주창하고, 돈도 죄악시되지 않는다. 지구상의 최대 민주주의 국가라는 인도인들의 자부심이 서려 있는 곳이고, 나아가 인도인들에게는 미래를 보여 주는 그런 도시다.

이번 테러의 배후인 파키스탄 이슬람 과격단체가 노린 것도 바로 그 꿈을 꺾는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인도의 경제성장 동력 뭄바이를 무력화하려는 노림이 깔려 있다는 것이다. 실제 테러 이후 다국적 기업들이 현지 지사를 폐쇄하거나 출장을 금지하고 있고, 일반인들도 관광 일정을 취소하는 일들이 나타나고 있다.

일단 테러범들의 의도는 성공한 듯 보인다. 과연 그럴까. 무엇보다 먼저 외신들은 레오폴드 카페 주인이 테러가 발생한 지 나흘 만에 문을 연 소식을 전했다. 카페 주인은 “테러에 지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 주기 위해” 문을 열었고, 손님들도 이를 기념해 잔을 들었다고 한다.

뭄바이 출신의 뉴욕대 교수 수케투 메타 씨도 뉴욕타임스 기고를 통해 “폭탄을 무서워해 외면한다면 세상 어디가 안전한 곳이냐”고 반문한다. 그 자신은 고향 뭄바이행 비행기 티켓을 끊어 레오폴드 카페에서 맥주를 마시고 시내를 어슬렁거리고 타지마할 호텔의 바다 쪽 라운지에서 시간을 보내겠다고 했다.

금융위기에 이은 세계경제 침체의 와중에 벌어진 테러의 후유증으로 뭄바이가 겪을 고통은 클 것이다. 3·1운동 때 ‘동방의 등불’이라는 시를 통해 우리를 격려했던 시인 타고르의 나라, 인도가 위기를 잘 극복했으면 싶다.

윤양섭 국제부장 laila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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