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감독은 야인이던 임 감독이 올해 초 현장에 복귀했을 때 서울 성북구 안암동 고려대까지 찾아가 축하 인사를 전하며 소주잔을 기울였다.
연세대 출신인 이 감독이 동문이 아니고 라이벌 학교인 고려대를 나온 임 감독과 친한 것은 주위에서 이상하게 받아들일 정도다. 농구장에서는 학맥에 따른 파벌 대립이 심하고 임 감독은 ‘맹장’의 이미지가 강해 쉽게 접근하기 힘들어 보여서다.
이들은 2000년 미국 연수 시절 1년 가까이 로스앤젤레스에서 동고동락하며 정을 나눴다. 당시 이 감독은 SBS(현 KT&G) 은퇴 후 지도자 수업을 받고 있었고 임 감독은 고려대를 떠나 선진 농구를 배우던 시기였다. 객지에서 외롭게 지내다 서로 의지하게 된 것. 이 감독의 부인이 고려대 체육교육과 출신으로 학창 시절부터 농구부와 가깝게 지냈던 인연도 있어 쉽게 가까워졌다. 이 감독은 “당시 술이라도 자주 마시면 정명이 형님이 정신 차리라고 혼내던 기억이 난다”고 회상했다.
이 감독은 임 감독이 올 시즌 고려대를 두 차례 정상에 올려놓자 자신의 일인 듯 기뻐했다.
비시즌에 고려대와 자주 연습경기를 했던 KT&G가 올 시즌 상승세를 타자 이번에는 임 감독의 어깨가 들썩였다. KT&G에는 임 감독이 고려대에서 가르쳤던 주희정 이현호 김일두 등이 활약하고 있어 뿌듯했다.
이 감독은 “정명이 형님께 자주 전술을 여쭤보곤 한다. 나는 가드였고 형님은 센터였기에 부족한 점을 잘 채워준다”고 고마워했다.
이 감독은 ‘라인’을 따지기보다는 배우는 자세로 선후배들에게 자주 조언을 구한다. 선수들에게도 편견보다는 화합과 믿음을 강조하며 긍정적인 팀워크를 주문하는 스타일이다.
이 감독은 시즌 직전 유도훈 감독이 전격 사퇴하며 최연소 사령탑으로 갑자기 지휘봉을 떠맡았다. 그가 어수선한 분위기를 추스르며 2일 현재 KT&G를 공동 선두로 이끈 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지 않을까.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