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김희균]대학 등록금 동결할때, 교과위는 싸움만…

  • 입력 2008년 12월 5일 03시 00분


최근 등록금 동결을 선언한 한 사립대 관계자는 “요즘 학생들이 너무 힘들어해서 우리도 어려운 결정을 내렸는데 국회 돌아가는 꼴만 보면 화가 치민다”고 울분을 터뜨렸다.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가 파행을 거듭하면서 법안 심사는커녕 예산안조차 의결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 때문이다.

9월 정기국회가 시작된 이후 교과위는 16번의 전체회의를 열었지만 변변한 성과는 찾아보기 힘들다. 공정택 서울시교육감을 둘러싸고 여야 의원들이 설전을 벌이는 데 회의 시간 대부분을 보냈다.

정기국회가 막바지로 접어들면서 상임위마다 속속 법안이 통과되고 있지만 통과 법안 가운데 교과위 소관은 단 한 개도 없다. 3일 상임위 가운데 마지막으로 열린 교과위 예산결산기금심사소위도 아무런 성과 없이 끝났다.

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이날 3200억여 원의 긴급 학자금 지원을 요청했지만 여야 의원들은 법안심사소위 구성에 대한 힘겨루기만 되풀이했다.

4일로 예정됐던 전체회의도 민주당의 보이콧으로 무산돼 교과위의 개점휴업 상태는 계속됐다.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교과위를 직접 거명하며 “예산 계수조정 들어가기 전까지 예산 예비심사도 못 한 건 20년 만에 처음”이라고 비판했다.

등록금을 마련할 길이 없어서 원치 않는 휴학을 반복하거나 입학과 동시에 군대에 가는 대학생이 부지기수다. 낮에는 근로장학생으로 일하고 밤에는 편의점 등에서 철야 아르바이트를 하느라 대학생이 아닌 ‘등록금 알바’가 본업이 될 지경이다.

이런 상황에서 장학재단 설립은 서민들의 고통을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는 시급한 대책이다. 빨리 법이 통과되면 내년 2학기부터 가계가 어려운 학생들은 대출 이자라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교과위는 10월에 상정된 한국장학재단법안을 통과시키지 않고 있다. 등록금 외에도 교육 관련 법안은 모두 민생과 직결돼 있는데 하나같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현재 교과위에 계류된 법안 가운데 교원능력평가를 위한 초중등교육법 개정안, 대학 입시와 직결된 한국대학교육협의회법, 과학기술인의 사기 진작을 위한 과학기술공제회법 등이 모두 교과위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

정기국회 폐회가 코앞인데 법안심사소위조차 구성하지 못한 교과위는 아직도 문제의 심각성을 알지 못하는 것 같다.

김희균 교육생활부 for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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