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CC는 세계 각국이 온실가스 배출을 통제하지 않으면 금세기 말 지구의 평균기온은 최고 6.4도까지 상승해 지구 생물의 20∼30%가 멸종하고 뉴욕 도쿄 상하이 등 주요 도시가 수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식물의 병충해나 독성의 배출량이 증가하고 폭염으로 인한 말라리아 환자가 대폭 늘며 게릴라성 폭우 등 기상재해가 급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문제는 이러한 변화가 차례차례 오지 않고 동시에 온다는 점이다.
주요 선진국은 이런 기후변화에 대응해 일찍부터 많은 준비와 전략을 세우고 있다. 이에 비해 한국은 시기적으로 늦은 감이 있다. 따라서 컨트롤 타워를 설치해 시행착오를 줄이는 효율적인 정책과 핵심 연구를 추진해야 한다.
8월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밝힌 녹색성장은 이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21세기 국가발전의 새로운 패러다임이라고 할 수 있다. 녹색(Green)=환경, 성장(Growth)=경제를 모두 담고 있는 선(善)순환 구조를 의미한다.
국민의 공감을 얻기 위해 국민에게 단순한 에너지소비 절약이 아니라 새로운 생활혁명이 필요하다는 점을 널리 알려야 한다. 아울러 산업구조를 저탄소 녹색성장형으로 전환하고 탄소 캐시백 제도를 도입해 주부가 전기나 가스의 절약분으로 물건을 구입할 수 있는 시장구조를 만들어 가야 한다. 또 도로교통망시스템을 지능화해 자동차 정차시간을 최소화하는 등 녹색시대에 걸맞은 사회간접자본을 확충해야 한다.
지금까지의 신·재생에너지 정책은 선진국을 빨리 뒤쫓아 가기 위한 모방과 보급화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젠 보급화 위주의 정책에서 벗어나야 한다. 전 세계가 동시에 고유가시대에 진입한 만큼 에너지 확보도 자원전쟁에서 기술전쟁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하지만 주요 기술은 외국에 거의 의존하는 실정이다.
이런 추세로 간다면 저탄소 녹색성장은 기술 미보유로 인한 부품 수입 의존에 의해 투자가 곧바로 무역수지 적자로 연결되는 악순환 구조가 될 것이 우려된다. 따라서 정부는 원천기술 확보에 미래가 달려 있다는 인식을 분명히 해야 하며 연구를 수행하는 대학과 연구소도 무거운 책임감과 의무감을 가져야 한다. 전문인력 양성도 절실하다. 이는 녹색성장의 인적 인프라를 확보하고 확대하는 시급한 과제이다.
미국의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인도 경제회생 및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그린에너지 뉴딜정책’을 표방했다고 한다. 그린에너지의 원천기술 확보를 위해 앞으로 10년간 1500억 달러를 투자하고 이 성과를 기업과 연결해 고용 창출 및 복지 증대를 동시에 추구하겠다고 한다.
녹색기술 또는 그린에너지는 지구촌 공동의 목표가 되었으며 국가 간 무한 경쟁체제에 돌입했다고도 풀이할 수 있다. 특히 원천기술 확보에서 선진국보다 늦게 출발하는 우리 처지에서는 모든 것이 힘겨운 승부가 될 것이다.
그러나 필자는 정부와 산학연, 국민의 저력을 믿는다. 한국은 반도체와 조선업에서 선진국보다 늦게 출발했지만 세계 1위를 달성했다. 멀리는 88올림픽, 가깝게는 한일 월드컵과 베이징 올림픽에서도 저력을 발휘했다.
언제든지 동기와 구심점이 주어지면 힘을 합쳐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온 저력이 이제 ‘저탄소 녹색성장’의 시대에도 빛을 발할 수 있을 것이다.
이준희 한국과학재단 에너지환경단장 동아대 교수